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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읽다가 냄새가 나는 느낌.
먹고 싶은 느낌
내가 그곳을 걸어가고 있는 느낌
늙어가는 점포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먹는 작가의 글은 오래 묵은 음식처럼 깊다.
노포기행이라니. 우리는 '노'가 붙어 있는 말을 꺼리지 않는가. 그런 세상에 '노'당당히 붙이고 가는 작가의 자세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가 이름 불러주는 노포들이 그에게 와서 꽃이 되고 독자들에게 가서 다시 어떤 꽃이 될지는 읽는이에게 달렸다. 나는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그곳에 가서 그 향기를 맡고 싶다.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시인, 1921-1984)
그가 만난 노포에는 이런 고귀한 인류가 있다.
엄청난 고생 되어도 음식을 만드는 슬기로운 사람들이 있다.
이 시가 생각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노포는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