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낭송Q 시리즈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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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는 것이 언어다. 언어를 주고 받아야 순환이 이루어진다. 주고 받지 못하는 말, 듣도 보도 못한 말, 분명하지 않은 말, 무한히 반복되는 말, 이런 것들은 다 질병이다. 145p

 

말들이 잘 돌지 않아서 질병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사회의 병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 낭송하라. 말이 우리 몸을 울리고 뼈를 울리게 낭송하라. 그러면 우리의 몸과 뼈가 튼튼해질 거라는 말. 일리가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누군가 읽는 소리를 들고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웠던 이유가 이것인지도 모른다.

 

 

고전을 낭송하는 건 아주 구체적이면서 또 신체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양생이다. 말을 하려면 입과 귀를 써야 한다, 입과 귀가 움직이면 뇌가 충전된다. 고전의 낱말과 문장들은 늘 새롭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그만큼 텍스트 안에 다양한 힘이 흘러다니고 있다는 뜻이다. 이 새로움을 뇌가 가장 즐거워한다. 뇌가 즐거우면 심장을 거쳐 신장으로, 허벅지와 발바닥까지 그 기운이 전달된다. 그리고 오래된 기억을 흘러가게 하려면 그 기억보다 더 활발한 에너지와 파동이 흘러와야 한다,  146p

 

에너지와 파동이 흘러가게 하라는 것이다. 제대로 흐른다면 병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것,

 

 

 "일찍이 내 마음에 일어났던 모든 생각들, 일찍이 내 가슴을 출렁거렸던 모든 감정들, 일찍이 말해지고, 그것에 대해서 다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 모든 말들, 그리고 일찍이 행했으나 잊어버린 그 행위에는 생명이 들어 있으며, 그것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삶의 여행을 계속한다. 그것은 마치 손에 쥐고 있는 씨앗들을 땅에 던지는 농부의 여행과 같다. 농부는 씨았을 던졌고, 씨앗은 떨어진 그곳에 있다. 대지는 그 씨앗을 받아들이고, 물은 그들을 기르며, 태양과 공기는 그들이 자라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말하고 나면 사라지고, 행위하고 나면 소멸하며, 일어났던 감정들은 가라앉는다고. 따라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그것은 사라지고 소멸된 것이 아니라 단지 변화가 일어났을 뿐이다. 마치 대지에 던져진 씨앗이 그들의 삶을 계속하는 것처럼. 왜냐하며 그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알지 못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또한 인생의 비밀도 알지 못한다."(서정록, <잃어버린 지혜, 듣기>)

 

내 마음에 일어났던 생각과 감정과 말들이 어디에서 흘러가고 있겠구나. 그 바닷가에서 혼자 울며 편지를 태웠는데 그 기운들도 흘러갔을까. 잘 가거라.

내 마음과 말과 생각들아 잘 가서 살아라. 그런 말을 헤주고 싶다.

 

책을 몰래 읽지 말고 소리내어 자신의 몸에 새겨지도록 읽으라. 그렇게 읽으면 우리 몸이 함께 감응한다.

소리내어 함께 읽을 친구들, 듣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런 축복을 만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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