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좋다

                 - 문태준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 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시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월간 『현대문학』 2014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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