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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42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평점 :
동작의 발견
물방울들은 얼마나 멀리 가는가
새들은 어떻게 점호도 없이 날아오르는가
그러나 그녀의 발은 알고 있다
삶은 도약이 아니라 회전이라는 것을
구멍을 만들며 도는 팽이처럼
결국 돌아오고 또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녀의 손은 알고 있다
삶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는 것을
가슴에 손을 얹고 몇 시간째 서 있으면
어떤 움직임이 문득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동작은 그렇게 발견된다는 것을
동작은 동작을 낳고 동작은 절망을 낳고 절망은 춤을 낳고 춤은 허공을 낳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길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녀는 아는가
돌면서 쓰러지는 팽이의 낙법을
동작의 발견은 그때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동작은 발견된다
나는 어떤 동작을 하는가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래입술을 깨무는 동작
욕하는 옆사람을 보면
그 입술을 때리는 동작
내 생각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입을 닫는구나
[시인의 산문]
떠난 자는 떠난 게 아니다.
불현듯 타자의 얼굴로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그들은 떠남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내고,
끝내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된다.
사랑하는 것들은 대체로 부재중이다.
떼어낸 만큼 온전해지는, 덜어낸 만큼 무거워지는
이상한 저울, 삶.
어떤 상실의 경험은 시가 되는 것을 끈질기게 거부한다.
그러나 애도의 되새김질 역시 끈질긴 것이어서
몇 편의 시가 눈앞에 부려져 있곤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거나 사라진 존재를 불러오려는
불가능한 호명,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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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나온 시집이다.
4월 16일을 겪은 뒤 나온 말들처럼 들린다.
그들은 떠났지만 떠난게 아니라 돌아오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