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도
-도종환
새해 첫 아침 햇살은
창문 열고 기지개를 켜는 아이의
밝은 얼굴 위에
제일 먼저 비치게 하소서
숲의 나뭇가지 하나 하나에
햇빛이 골고루 내려앉듯
이 땅의 모든 아이들 빛나는 눈동자 위에
맑게 출렁이는 가슴 위에
빠짐 없이 내리게 하소서
골짜기 깊은 곳에도
손 잡을 곳 하나 없는 바위 벼랑에도
늪 가의 젖은 풀 위에도
아침 햇살이 환하게 번져가듯
그늘지고 가파르고 습한 곳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도 새날의 햇볕이
따뜻한 걸음으로 찾아가게 하소서
산과 개울과 숲 어디에나 내리는 햇빛이지만
산은 산대로
개울과 나무는 개울과 나무대로
저마다 저를 위해 햇빛이 와 있다고 믿듯
아이들도 늘 저를 위해 준비된
사랑이 따스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믿게 하소서
그 사랑과 따뜻함으로
아이들 몸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때가 되면 열매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그렇게 자란 튼튼한 뿌리로
무너지는 언덕을 지키고
그렇게 크는 싱그러운 힘으로
막힌 물줄기를 열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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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읽고
다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적고
다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