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4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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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삶과 죄를 비벼 먹을 것이다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나는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있을 것이다.

 

이런 무책임이 멋지다고 감탄하던 시절도 있었다.

멋진 포즈만을 보고

 

이제 나는 다른 것을 본다.

왜 죄가 죄인지 묻게 된다.

왜 건달인지 묻게 된다.

개펄에서도 밭에서도  건달이 될 것인지 묻게 된다.

 

 

눈사람 여관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그러면 날마다 아침이에요

 

밥은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숙박을 가요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모든 게약들을 들여놓고

여관에서 만나요

 

탑을 돌고 싶을 때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지여

길 건너편 숲조차도 사라지지요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거짓을 생략하고
이별의 실패를 보러

나흘이면 되겠네요
영원을 압축하기에는

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

 

 

'조화로움'이라는 책에서 만난 말이 있다

수다스런 생각. 시인은 수다스런 생각이 많구나.

그 생각은 조화로움을 헤치는구나.

밥이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흔들릴 때

논에 가서 모를 심고 가을에 벼가 익고 추수하는

것을 직접 해 보았다면 시인은 다르게 쓰지 않았을까

 

나도 수다스런 생각에 빠졌구나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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