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정호승 시집 창비시선 36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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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대한 예의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힌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린 기억이 멀다

하늘을 나는 새, 바라본 적이 있던가

눈송이는 바라보긴 했구나

봄 햇살은 참 고맙다고 한 적이 있구나

장미를 꺽은 적은 있는데 장미가시는 피했구나

손바닥을 비비며 빈 적이 있구나

손잡고 싶은 사람이 있다. 참 멀리 있구나

응 자주 손을 보고

손 잡아 걷고

손을 바라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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