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모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啼昔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시_ 김소월 –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 외갓집에서 태어남. 백일 지난 뒤 평안북도 정주군 본가로 돌아옴. 시집으로 『진달래꽃』 『소월시초』가 있음.(1939년 소월의 스승 김억 엮음) 1934년 작고.
다시 읽어본다. 세상을 모르고 살았으면 했지만 그러지 못했구나. 세상을 알아서 그가 고통스러웠을까. 그 고통을 넘어서지 못한 아픔이 묵직하다.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세상을 바로 알아서 고통을 넘어설 자신이 없을 때 무너지기도 한다. 고통도 받아들이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 때 그 순간이 행복이라고 하지만 앎과 삶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