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쓰고 그린 나무 관찰 기록 52편
허예섭.허두영 지음 / 궁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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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치맛자락 펄럭이며 그네를 뛴 나무는? 버드나무

황금비나무 golden rain tree 황금같은 비가 내리는 나무는? 모감주나무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나온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의 오딘은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 물푸레나무

가죽나무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 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은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

라는 걸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간지럼을 잘 타는 나무? 배롱나무, 원숭이미끄럼나무

봉황이 머무는 나무는? 벽오동나무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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