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 정류장 창비시선 338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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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나무 정류장
 


  외딴 강마을

  자두나무 정류장에

 

  비가 와서 내린다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별이 와서 내린다

 

  나는 자주자주

  자두나무정류장에 간다

 

  비가 와도 가고

  눈이 와도 가고

  달이 와도 가고

  별이 와도 간다

 

  덜커덩덜커덩 왔는데

  두근두근 바짝바짝 왔는데

  암도 안 나와 있으면 서운하니까

 

  비가 오면 비 마중

  눈이 오면 눈 마중

  달이 오면 달 마중

  별이 오면 별 마중 간다 

 
 온다는 기별도 없이
 

  비가 와서 후다닥 내린다

  눈이 와서 휘이잉 내린다

  찰바당찰바당 달이 와서 내린다

  우르르 뭇별이 몰려와서 와르르 깔깔 내린다

 

  북적북적한 자두나무정류장에는

  왕왕, 장에 갔다 오는 할매도 허청허청 섞여 내린다   


자두나무 정류장이라니, 내가 스쳐 지나간 정류장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간절하게 나를 세워둔 정류장이 있었을까. 고등학교적 학교 가는 길에 서 있던 나. 협죽도 피어 있던 그 정류장.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박성우의 한 마디
어떤 금기처럼
내 방에 들이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거울이다.
나를 온전히 비춰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쓴 시뿐이므로.

2011년 11월
시인이 쓴 시는 자신의 거울이라고 한다. 맑다. 혼탁한 세상을 건너가지만 맑은 거울 보고 내 얼굴 좀 딱아야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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