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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붓
강판권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 1 /이성복
―나무인간 강판권
언젠가 그가 말했다, 어렵고 막막하던 시절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고
(그것은 비정규직의 늦은 밤 무거운
가방으로 걸어 나오던 길 끝의 느티나무였을까)
그는 한 번도 우리 사이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우연히 그를 보기 전에는 그가 있는 줄을 몰랐다
(어두운 실내에서 문득 커튼을 걷으면
거기 한 그루 나무가 있듯이)
그는 누구에게도, 그 자신에게조차
짐이 되지 않았다
(나무가 저를 구박하거나
제 옆의 다른 나무를 경멸하지 않듯이)
도저히 부탁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하러 갔을 때
그는 또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제가 할 일이지요
어쩌면 그는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려
우리에게 온 나무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무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가 나무가 된 사람
(그것은 우리의 섣부른 짐작일 테지만
나무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
―제53회 현대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그는 나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감탄하고, 그 감탄을 전해주기 위해 부지런히 쓰는 사람이다. 그가 쓴 나무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나무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은 생각으로 그칠지라도 그림으로 살피는 나무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흘려 보는가,
친(親)’자는 《설 립(立)…나무 목(木)…볼 견(見)》나무 위에 서서 본다는 뜻이니, 나무와 더불어 산다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151p
친해야겠다. 나무와, 나무를 그리는 화가와, 나무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한 그루의 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단순히 나무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로 가는 길은 소를 찾는 심우(尋牛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깨달음의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찾아가는 것을 즐긴다, 힘든 만큼 행복도 넘치기 때문이다,. 165p
저자는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을 나누려는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