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고 간신히 찾아온
나 같은 사람을
너만은 반갑게 맞아다오
나는 너를 따 먹고
이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다시 어린이로 살고 싶단다
어린이가 되어
너처럼 고운 빛깔,
고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단다.
새콤달콤 그 맛을 온 몸에 지니고
이 땅에 살고 싶단다.

--「넝쿨딸기 3」 중에서


달콤 쓸콤 버찌 맛
손은 온통 딸기물이 버찌물이 들어
찐덕찐덕
새빨갛고 보랏빛이 되고
입술이 검붉게 되어버린 것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따 먹는다


아, 이래서 나도 온갖 벌레와 짐승을 키우는
가시덤불이 되고 벚나무가 되고
바위가 되고
햇빛과 바람과 개골물과
흰 구름이 어울려 있는 산
산이 되는구나, 산이!


--「딸기와 버찌」 중에서


나는 이렇게 딸기를 따먹고
날마다 산천의 모든 기를 먹고
나도 산이 되고 싶다.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새가 되고 매미가 되고
잎이 되고 열매가 되고
노을이 되고 무지개가 되고
흙이 되고 돌이 되고 싶다.
정말로 정말로
너희들과 같이 되고 싶다.


--「산딸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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