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드득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 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랴,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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