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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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 한 편  

다음날 아침에는 지도를 보며
새로운 도시를 정복할
구두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_최영미, 「나의 여행」 중에서 

 정복이라는 말이 시에서 나온 게 뜬금없다. 세상이 정복의 대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왜 떠나느냐는 질문에,

'귀찮지만 나를 재생산하는 일상의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64쪽)'라고 이야기한다 

일상의 노동에서 벗어나는 여행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런 노동을 우습게 여기는 그녀의  심사가 들어있는 듯해서 불편하다.  

 고흐가 살았던 마을을 다녀와서는 고흐를 자신처럼 불쌍한 영혼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오만함을 느끼는 내가 삐딱한 것일까    

지극한 우월감과 한없는 열등감 사이에서 길을 잃은 그녀의 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진짜 삶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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