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

문태준



백담사 뜰 앞에 팥배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

쌀 끝보다 작아진 팥배들이 나무에 맺혀 있었네

햇살에 그을리고 바람에 씻겨 쪼글쪼글해진 열매들

제 몸으로 빚은 열매가 파리하게 말라가는 걸 지켜보았을 나무

언젠가 나를 저리 그윽한 눈빛으로 아프게 바라보던 이 있었을까

팥배나무에 어룽거리며 지나가는 서러운 얼굴이 있었네

<맨발>(창비)

 

백담사 가고 싶다   

팥배나무 보고 싶다  

거기 서 있고 싶다  

그럼 무엇이 보고 싶을까. 가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없어지는 그런 마음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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