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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우연 - 동아시아 기행 에세이
수해 지음 / 호미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길
고귀하게 태어난 이여
그 고귀함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이여
그 고귀함을 깨우치기 위해 나선 행선길에서 허공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본다 . 거기에 비친 사람들, 풍경들은 그야말로 곡진한 사연들로 우리 마음을 비춘다.
비에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너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무 숲 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드리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송사 있으면
쓸 데 없는 짓이니 그만 두라고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겨울엔 터덜터덜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청이라 불리며
칭찬도 듣지 말고
걱정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금각사에서 마리가 낭송한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