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도종환
나는 또 너희들 곁을 떠나는구나
기약할 수 없는 약속만을 남기고
강물이 가다가 만나고 헤어지는 산처럼
무더기 무더기 멈추어 선 너희들을 두고
나는 또 너희들 곁을 떠나는구나
비바람 속에서도 다시 피던 봉숭아잎이 안개비에 젖고
뒤뜰에 열지어 선 해바라기들도 모두 고개를 꺾었구나
세월의 한 굽이가 이렇게 파도질 때마다
다 못 나눈 정만 흥건히 담아둔 채 어린 너희들의 가슴에 잔물지는 아픔을 심는구나
나는 다만 너희들과 같이 아이들 곁으로
해야 할 또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달래도
마른 버즘이 핀 얼굴을 들지 못하고 어깨를 들먹이며
아직도 다하지 못한 나의 말을 자꾸 멈추게 하는구나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이 짧은 세상에 영원히 같이 사는 사람은 없지만
너희들이 자라고 내가 늙어서라도 고맙게 자란 너희들의 손을 기쁨으로 잡으며
이 땅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하나 되어 꼭 다시 만나자.
- <국어선생님의 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중에서 발췌
생각하기
- 스승의 날입니다. 기억해야 할 선생님이 있다면 행복한 날이죠. 그리고 우리 곁에 계신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해 보세요,
- 이 시에서 선생님이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