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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 띄운 편지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작가 제나티는 "문학은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게 하는 문학의 힘을 믿는 작가는 갈등과 증오의 땅에 우리를 이어줍니다. 그들의 한숨, 웃음, 절망, 꿈을 느껴보라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테러소식은 신문의 국제면이나 텔레비전 뉴스의 외신에서 얼핏 지나갑니다. 늘 싸우고 있기에 '여전히 싸우나 보지' 하고 지나가고 말지요. 그곳 예루살렘 텔아비브에 탈이란 소녀가 있습니다. 열일곱살 고등학생입니다. 테러의 일상을 숨막혀하다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편지를 뛰웁니다. 군복부하는 오빠에게 부탁해 가자지구에 던져달라고 하지요. 그 편지가 팔레스타인의 가자맨에게 갔고 둘은 인터넷 메일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순진한 네가 뭘 알겠냐며 냉소적으로 응하던 가자맨도 탈의 진심을 느끼며 탈의 안부를 걱정하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갑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 그것도 적이라고 할수 있는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것은 소통의 힘을 보여줍니다.
이 세상에 삶이 있는 한 갈등과 증오가 있겠지만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을 치유할 힘이 있다고 소설은 말합니다. 그 희망을 붙들고 있는 한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나임은 마지막 편지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언젠가 사람들은 폭력 속에선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전쟁에선 모두가 패자일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될테지" 아직도 세계에는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력이 있고, 폭력이 아닌 다른 수단이 없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패자가 되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될 때 평화에 다가가는 길이 조금씩 열리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제 분단의 현장인 우리의 현실을 봅니다. 평화를 꿈꿀때, 평화를 호흡하기를 쉬지 않을 때 우리가 탈과 나임처럼 소통하기를 열망하고 마음을 열 때 평화에 다가서지 않을까요. 망상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탈의 이름은 '아침의 이슬', 가자맨 나임의 이름은 '천국'이란 뜻이랍니다. 참 어여쁜 이름이지요. 그 이름을 불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주위 사람들을 탈과 나임으로 불러보렵니다. 분노의 증오의 땅에서도 이슬은 내리고 천국을 꿈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참으로 행복한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