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게 오시네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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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는 '듣기(Ways of Listening)'에 관한 책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온몸으로 들었다. 마치 내 말들이 빗물이고 그는 흙인 듯했다. 그는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모두 흡수했다. 그의 듣는 눈은 마치 높은 산속의 호수 같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 고요함, 그런 집중력은 태어날 때부터 휴대폰을 빨며 자라는 디지털시대 인간들에게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집중력을 지닌 세대는 영원히 사라진 듯하다.
내가 읽기를 마치자 그가 말했다. "집에 돌아가서 이 책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약속해줘요.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이 책에만 매달려요. 혹시 열받는 일이 생기면, 내가 당신 뒤에 서서 늙은 코끼리처럼 귀를 펄럭이며 열을 식혀주고 있다는 걸 기억해요."
그건 타인이 내게 해준 말 중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그가 그 말을 해주기 전까지 나는 늙은 코끼리가 내게 얼마나 절실히 필요했는지조차 몰랐다. (394p)


기억과 만남과 사랑이 있는 글들. 고통 속에서도 기억을 이어가고 그 기억을 남겨 놓는다.
어떤 기억은 예술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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