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창비시선 518
신경림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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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

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
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

어둑어둑 서쪽 하늘로 달도 기울고
꽃잎 하나 내 어깨에 고추잠자리처럼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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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에 쌓여 살아온 세월도 지나보면 그리운 꽃밭이 되는 듯.
나는 얼마나 더 살아보아야 지금을 그리워하게 될까?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흙먼지의 시간이라도 살아가야겠지.
달도 기우는 시간 꽃잎 하나를 벗하며 넘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고즈넉하다.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
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비탈길을 올라가는
늙은이가 아름답다

돋는 해를 향해 옷을 벗는 나팔꽃이 아름답고
햇빛이 싫어 굴속에 숨죽이는 박쥐가 아름답다

붉은 노을 동우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어 더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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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도 아름답고 죽은 꽃도 아름답다.
책꽂이도 아름답고 버스도 아름답지 않은가
시인에게 묻고 싶어진다. 이 물음을 스스로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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