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어둑어둑 서쪽 하늘로 달도 기울고꽃잎 하나 내 어깨에 고추잠자리처럼 붙어 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흙먼지에 쌓여 살아온 세월도 지나보면 그리운 꽃밭이 되는 듯.나는 얼마나 더 살아보아야 지금을 그리워하게 될까?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흙먼지의 시간이라도 살아가야겠지.달도 기우는 시간 꽃잎 하나를 벗하며 넘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고즈넉하다.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비탈길을 올라가는늙은이가 아름답다돋는 해를 향해 옷을 벗는 나팔꽃이 아름답고햇빛이 싫어 굴속에 숨죽이는 박쥐가 아름답다붉은 노을 동우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어 더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죽은 이도 아름답고 죽은 꽃도 아름답다.책꽂이도 아름답고 버스도 아름답지 않은가시인에게 묻고 싶어진다. 이 물음을 스스로 찾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