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있는 힘 문학동네 시인선 220
박철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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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노래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저절로 내는 향기는 없습니다
바람과 빛과 시간이 실어나르지요
실어날라도 바람과 빛과 시간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백화점에 가면 끌려온 선풍기 바람이나
서로 다른 불빛 아래
꽉 찬 선물 봉투처럼 냄새가 흘러넘치지만
그걸 향기라고 부르지는 못합니다
향수 냄새일 뿐이지요
세상을 지키는 스펙트럼
바람과 빛과 시간이 실어나르는
꽃의 향기는
짝을 부르는 소음이 아니라
짝을 모셔오는 노래입니다
그 노래를 들으면
만물에서
저절로 박수 소리가 나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짝을 모셔오는 노래는 바람과 빛과 시간이 실어나른다는 것.
만물에서 저절로 나오는 박수 소리는 얼마나 시원하고 아름다울까.
박수 소리를 들어야지. 귀 기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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