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우는 사람 문학동네 시인선 208
장석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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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가난, 아나키스트

벚꽃 다 졌다
꽃 진 자리에 .어린잎들이 올라온다.
올해의 슬픔은 다 끝났다.
열심히 살 일만 남았다.

가난은 빛이 모자란 것,
구두 밑창이 벌어지는 슬픔,

해질녁엔 실밥 묻은 옷을 입고
벚꽃 진 길을 걸었다.

살강의 접시들과 저녁밥 짓던 형수,
옛날의 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나는 잘못 살지 않았으나
저 어린잎만큼 후회가 많구나.

단추 두어 개 떨어진 셔츠는 사라졌다.
당신은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가?

자, 네게 건네는
하얀 달을 받아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벚꽃 피는 계절이 오고 있다. 3월 29일이다.
오늘 나온 시집을 읽으며 봄에 만날 벚꽃을 생각한다.
이런 마음이 들까? 벚꽃 지면 올해의 슬픔은 다 끝났다는 마음이.
아닐 것이다.
저녁밥 짓던 형수의 마음이 궁금하다. 옛날 소년들이 이 시를 읽는다면 조금 후회를 떠올릴까?
나는 슬픔에 걸려 이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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