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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우다 2
현기영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창세는 킥킥 웃음을 깨문다, 고른 보폭으로 천천히 달려간다. 신문 뭉치가 든 배낭이 등에서 털썩거린다. 신문에는 미군의 총격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다. 그래서인지 배낭이 약간 무겁게 느껴진다. 그 뉴스가 창세의 경쾌한 달리기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배낭 속에는 작은할아버지가 병약한 송장의 어른에게 보내는 건재 한약과 함께 봉투에 넣은 한시도 들어 있다, 이번에도 장의 어른은 "약이 잘 들어 고맙다는 말을 할아버지에게 전하거라"라고 할 것이다. 이제 창세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달린다. <산타 루치아>를 부른다, 벌건 대낮에 "창공에 빛난 별"이라니 우습지만 달리기에 박자가 맞아서 좋다. (66p)
창세가 달린다, 달리는 창세는 세상에 무거운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마음은 흥겹게 노래부른다. 그런 시절이 있었느니 그 후에 겪는 참혹한 시절을 견딜 수 있었을까?
열세살 소년은 모른다, 그 후의 일들을, 앞 일을 모르고 살아가는게 삶이지. 나도 모른다.
입을 열 수 없는 세상, 지금도 그런 참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세상을 어둡게 하지만, 창세는 살아간다, 그 후의 창세도 살아갈 것이다. 폭력을 밀어내면서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