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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젊은 영혼들의 기록
황광우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평점 :
황광우 선생의 이 책은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젊은 영혼들의 기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87년 6.10 항쟁 20주년을 맞아 그 시대를 증언하고 진실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려는 의지가 곳곳에 넘친다.
70년대 유신정권말기의 폭압상황과 잠깐 찾아온 서울의 봄 그리고 80년 광주에서부터 87년 민주화투쟁에 이르는 '시대의 격랑'그 거센 파고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헤쳐 온 실천가의 목소리이기에 그 울림은 사뭇 크다. 그 시대를 같이 넘어온 이들에게는 소중한 기억에 대한 자부심을, 그 이후 세대에게는 현재 누리는 민주와 자유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느낀 아쉬움과 겹친다. 80년 광주에서 권력의 하수인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죽은 이들을 기억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여주인공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기억은 소중하다, 사람들이 그것을 상실하고 현실에 안주하여 살아간다고 느낄 때 억울함이 묻어난다. 허나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런 일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 현실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는 제목은 윤동주의 시 '사랑스런 추억'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 시절이 사랑스런 추억으로 남아 있으려면 그 시절의 젊음이 오래 거기 '과거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치열하게 통과한 후 달라진 '지금 여기'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이 현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2007년 8월 광복절을 하루 앞둔 날. 아프칸에서 저항세력(미국에서는 테러단체라고 한다)에 납치된 인질들은 피말리는 날을 보내고 있고, 국내에서는 이랜드 노조원들이 아직도 투쟁하고 있다. 두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정치적인 사건이든 경제적인 문제든 권력, 자본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5.18광주의 상황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기억도 소중한 것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역사에 다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성찰을 영화나 책 한권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적인 공간인 우리의 교육, 우리의 언론에서부터 사적인 공간인 우리의 일상까지 성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야만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기억만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강퍅하지 않은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