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첫날처럼 문학동네 시인선 191
김용택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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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서 온 사람

강변으로 해가 갈 때
따라 나가 보았다
억새가 좋아하는
바람도 와 있다
가을 바람을 보며
강가에 서 있으니
강에 누가 온다는
조용한 환호가 일었다

ㅡㅡ
강이 조용하게 환호하고 있다. 나를 반기는 것이리라. 그 강가에 서서 억새가 촣아하는 바람과 이야기나누고 싶어지는 시.
.
. 봄비

내 손이 가만히 있으니
세상이 다 고요하구나

ㅡㅡㅡ
봄비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럼 나도 세상의 고요에 동참할 수 잏을 듯하다.
누군가의 손이 고요를 어지럽히고 있구나
나일 수도 있음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 곁으로 걸어가다

새들이 날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오는 일처럼 두려움을 버리는 일을 돕는다 세상에 가장 아픈 곳은 없다 아픈 곳이 있다 못 견딜 외로움을 달래는 별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 괴로울 때 별들은 움직인다 적대감을 푸는 일 제압과 삼엄한 경계와 성난 공격의 날 선 경쟁의 자세를 해제하는 평화와 해방의 언덕에 어린 살구나무가 살구나무로 자라는 일을 돕는다 외면과 잔인한 무관 슬픔 격노 영혼의 소비 우리는 무엇에 격노할 것인가 전쟁 고통받는 아이들의 두러운 눈 버림받은 어른들 공사장 돌 틈에 낀 풀벌레 울음소리 세상은 괴로움 천지다 시는 가진 것이 없어서 그들 곁으로 말없이 걸어갈 수 있다


ㅡㅡㅡㅡㅡ

시인은 세상이 괴로움 천지임을 알고 있다.
시는 가진 것이 없어서 그들 곁으로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곳, 아이들 겉으로 가는 시는 그들에게 어떤 기운을 줄 수 있을까? 그건 모르지만
나는 이 시집의 시들을 읽으며 조금 기운을 얻는다.
내 삶의 엉망진창도 바라보고, 조금 강가 쪽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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