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민음의 시 299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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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
되는 일보다 안 되는일 더 많았지만

아무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 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 준 순간의 열매들
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
벌레 먹어
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
이대로
눈물나게 좋아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
여기 도닥했어
ㅡㅡㅡㅡㅡㅡㅡㅡ

이름도 무엇도 얻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버린 나. 그리고 그들이 떠오른다. 집착을 놓았다면 그런 도착도 그윽한 맛이 있겠지만 그것은 아직 먼 것.
멀았지만 지금 도착한 곳에서 이 순간의 지유를 느껴도 좋겠지..
어차피 인간은 모두 같은 곳에 도착하여 사라질 것이므로.


떠날 때

떠나는 순간에도
나 모르는 것투성이일까
숨 쉬고 산 것
그게 다일까
낮은 파도이고 밤은 조약돌인 것을
간신히 알까
좋아하는 것보다
부라워하는 것을 가지려고 했던 것
무엇이 되어야 한다며
머리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던 순간들
귿이 어리석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모르는 것투성이
그겻이 얼마나 희망이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첫눈 같은 신비였는지
너와 나 사이의 악기였는지를
떠날 때 그태 간신히
소스라치듯이 알기는 알까

ㅡㅡㅡㅡㅡㅡㅡ

떠날 때 알게 되는 것들이 있겠지.
그때 까지는 모르는 채, 모르는 대로 그냥 살아도 될까.
그러다 첫눈 같은 신비를 만난다면 눈물겹게 바라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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