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서정시학 시인선 15
조항록 지음 / 서정시학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근황 

어떻게 살아요

그냥,

많은 것

포기하면서 잊으면서,

쏜살같이 ,

차갑게,

해묵으면서 시큰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굴욕에 연민을 느껴

8월의 저녁에

눈이 나리고 눈이 나리고

눈사람이 되어가면서

그래요

오떻게든 살겠죠

묻는 당신도

 

 그렇게 시인은 나의 근황을 물었다.

나는 누군가의 근황이 궁금한데 물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쓸쓸할 뿐이라고 하면 웃을까. 친 동기간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이제 지나간 전설처럼 얘기해야 하나, 아니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편리한 말에 기대어야 하나.

시인은 '근황'이라는 시를 통해 불편하게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응시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시를 쓰는 것과 시를 읽는 것은 안일에 빠지지 않고 나와 너를,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라고 하더니 일기에보가 오랜만에 제구실을 하는 듯,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비 맞은 나뭇잎들이 목을 축이고 웃는다. 그 나뭇잎들의 근황을 전하고 싶다.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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