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가는 길 솔시선(솔의 시인) 28
류지남 지음 / 솔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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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부러진다는 것

 

 

구부러진 것들이 있다
세상에 쓸모가 있는 것들은 어디론가
살짝 구부러져 있다 구부러진 길 안쪽에
사람의 마을이 산다 지붕과 밥그릇은 한통속이다

구부린다는 건 굴복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품는 것이다 숟가락의 구부러진 힘이
사람의 목숨을 품는다 뻣뻣한 젓가락으로 뭘 품으려면
대신 구부러진 손가락이 있어야 한다

구부러진 것들이 사는 마을에서 시인은 목숨을 품는 것들을 살피고 있다

구부러진 손가락에서 구부러진 지붕과 밥그릇까지 살피며 둥근 마음을 살고 있다

  

  둥근 마을

 

 

하늘엔 날아다니는 것들이 있다

새와 구름과 겨울눈과 나비, 나비

이들에겐 별다른 시름이 없다

 

땅에는 고요히 머무는 것들이 있다

산과 나무와 가을볕과 고양이들

무얼 굳이 지키지 않아도 좋다

 

저 하늘, 저 땅에 기대어 사는 동안

서로에게 푸근한 그늘이 돼주는

둥그런 마음들이 있다

 

 

 

 

뒷동산 너머 둥근 하늘 위로

둥실둥실 둥근 달 떠오르는

착하고 둥근 마을이 있다

 

이 둥근마을에 가서 하룻밤 묵으면 아픈 마음이 녹을 듯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둥근 마음이 있어서 나를 품어주었겠지

그 마음을 돌려주어야한다.,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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