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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시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26
김형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3월
평점 :
건들대봐
나뭇잎은 흥에 겨워
건들대는 거야.
천성이 그래,
사는 게 즐거운 거지.
바람 불면 바람광 함께
바 내리면 비와 함께
새들이 노래하면
새들의 노래에 얹혀
같이 날아보는 거야.
그런 게 즐거움 아니냐고
너도 건들대보라고,
죽기 전에 후회없이
한번 건들대보라고.
시인이 건들대며 흥에 겨워 부르는 듯하다.
무거운 마음도 몸도 훅 가벼워지는 몸짓이다.
함께 건들대며 걸어가고 싶어진다.
낯선 곳
아침은 드셨지요?
떠납시다.
20년을 날마다 다녔으니
오늘은 관악산 말고 다른 데 가봅시다.
안양천도 3년 넘게 걸어봤고요,
개불알풀, 나숭개, 민들레..........봄을 열었으니
우리 함께 떠나고 싶네요.
별똥 쏟아지는 밤길도 싫진 않지만
사람 안 다니는 그런 데 없을까요.
그런 데는 없다구요?
그러면 그냥 떠나봅시다.
아주 멀리요.
바람이 맛있는 데 가서
몸과 마음은 바람으로 채우고
너도 잃고 나도 잃는
낯선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아니, 뭐라구요?
나더러 먼저 떠나라구요?
너도 잃고 나도 잃어 몸과 마음을 바람으로 채워 올 수 있는 곳이 있겠지.
지금 여기 이곳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삶이 훨씬 가벼워 춤 출 수 있을 것이다. 춤추며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