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공감가는 글을 몇 편 봐서 기록해둔다.

1.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때, 출신 지역과 학교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 그가 누구든 ‘알려줄 수 없습니다’ ‘출신지와 학교는 내가 누구인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하고 거절하는 용기. 어떤 일이든 학연과 지연을 동원하면 그러지 않는 것보다 수월할 것이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 것에서 더 나아가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을 밀어주는 관습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지 않기로 한 것. 이런 어른이 많아지길.

2. 토론 주제가 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가령 ‘유색인종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 찬반토론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실현되었을 때 어떤 개인 혹은 집단에게 심각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 의견은 그리 가치있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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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대회에 참가할까 생각중인 학생이 있는데 만약 참가하기로 결정한다면 지도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00은 정확히 내 전공분야로, 물론 가능하다고 했다. 보수는 대상 상금과 같은 금액이었다.와우, 잘 사는 집인가보군. 기뻐야 하는데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난 후 기분은 씁쓸했다. 학생은 주제조차 스스로 선정할 의지가 없는 것이었다. 주제부터 고민해달라는데 와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군. 3명까지 팀으로 출전 가능한데, 물어보니 팀을 이룰 생각도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돈 주고 고용한 '지도교사' 가 다 해 줄 것이거든! 내가 거절한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를 구해서 하겠지!


cheating인가 아닌가, 그 경계에 있는 이런 일들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진짜 토나온다. 성의껏 상담했는데 결론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달라는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대놓고 과제 대신 해 달라거나 시험 대신 쳐 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시간 낭비 없이 그냥 거절하게.


업 시간에 학교 과제를 가져와서 모르겠다고 풀어달라고 하는 건 풀어준다. 연구과제 하는데 어디에서 막힌다고 하면 도와준다. 그런데 점점 그 비중이 늘어나서 그냥 수업시간이 과제푸는 시간, 보고서 쓰는 시간이 되어버리면 그 때부터 혼란스럽다. 이미 해 오고 있던 걸 갑자기 그만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좋겠네, 돈 많은 집에 태어나 인생 쉽게 살아서. 대학 졸업하고도 그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이라고 쓰지만 이들은 계속 그렇게 돈으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편하게 살 가능성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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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얻고 싶어하는 '자본소득', 그리고 구축해 놓으면 알아서 돈이 들어온다는 '파이프라인'ㅋㅋㅋ 이게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인가보다. 이들이 승자로 추앙받는 세계관에서는 '근로소득'으로 삶을 지탱하며 '소비자'로 기능하는 내가 패배자 오브 패배자겠네. 일찍 은퇴하고 투자로 돈 벌고 싶다는 사람들 돈 불려주는 일개미, 월세 꼬박꼬박 내는 세입자, 온라인에서 물건 주문하고 이모티콘 사는 내가 바로 너네의 파이프라인이다. 하하하하하


서점 매대든 다른 매체든 어딜 봐도 나를 협박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투자 공부 안 하면 '남들은 조기 은퇴하는데' 넌 다 늙어서까지 일해야 한다? '남들 다 앉아서 돈 버는데' 너 계속 그러고 살 거야? 그러다가 일조차 못할 지경이 되면 '남들은 부동산에서 나오는 돈으로 먹고 사는데' 연금에 기대어 빈곤하게 살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 연금은 너가 늙을 때쯤엔 고갈된단다) 라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거 같다.


이런 세상에서 휩쓸리지 않고 내 방식대로 살기는 난이도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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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동물을 그렇게 키우고 싶었는데, 지금은 이 녀석이 나와 함께하는 마지막 고양이이기를 바라고 있다.


누군가 버려놓고 간,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새끼 고양이를 버릴 수도 없고 맡길 곳도 없어 얼레벌레 약 2년을 같이 살고 있다. 귀여운 존재가 자연에서 도태되는 것을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얕은 동정심이다. 그 때문에 이 고양이는 내게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존재가 되었지만, 나는 동물은 인간이랑 거리를 둘 수록 동물다운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동물다운 삶이란 그들의 본능이 충족되는 삶이다. 너희 육식동물들은 움직이는 생명체를 재빠르게 사냥해서 송곳니로 살점을 뜯어야 하고, 나무에 올라야 하고, 발정기에 새끼를 낳아야 하며, 그 새끼들은 대부분은 죽고 일부는 살아남아 자손을 낳아야 한다. 인간의 개입이 없으면 너희는 그렇게 산다.


하지만 우리 집 고양이는 자손 번식은커녕 동족 한번 못 만나고, 집 밖에 평생 나갈 일이 없을 것이며 같잖은 플라스틱 쪼가리로 사냥놀이를 하며 매일 동글동글한 사료만 씹어 먹으며 그렇게 안락하게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길고양이 수명의 몇 배를 살다가 죽겠지.


너의 본능은 인간이 허용된 장소에서만 해소될 수 있어. 긁는 행동은 스크래처에만 해야 해. 벽지를 긁거나 소파를 상하게 하면 인간은 그 행동을 금지하잖아.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저기서는 긁어도 여기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실크벽지와 가죽소파의 가치라는 것이 없는 고양이의 세계에서도 합당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요즘  '애완동물' 이라는 말은 '반려동물'로 대체되었지만 동물과의 관계가 애완(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함)과 반려(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자연에서라면 죽을 것이 분명한 생명을 살려서 인공물들로 가득 채워 키우는 자의 감정을 이입해서 오래도록 살게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인간의 개입은 대체 어디부터 정당한 걸까. 자연 다큐 찍을 때는 펭귄 새끼가 얼어죽는 광경이 펼쳐져도 인간이 개입 안하는 게 맞다고들 하잖아. 고양이는 왜 그렇게 계속 살리고, 번식도 못 하게 하고, 집에 가두어 키울까. 인간이랑 너무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귀엽고, 키우는 게 가능해서?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고양이의 생각은 아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 그래서 너무너무 물어보고 싶다. 넌 자연에서 험난하고 짧은 묘생이겠지만 본능을 억누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살다 가는 삶이 좋은지, 우리 집에서 지금까지처럼 삶에 대한 어떠한 투쟁도 필요없이 가족들의 보호 하에 안락하게 살다가 죽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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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2-09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가는 글이 많아서 출근길에 쭉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길에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해요. 특히 한국 같은 데서는 길고양이 진짜 불쌍합니다…..

2022-12-12 17:03   좋아요 1 | URL
와 혼자만 볼 줄 알았던 누추한 글에 댓글이!! 맞아요 길냥이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이 참 고단하죠… 그와중에 고양이 혐오범죄까지 요즘 극성이라 너무너무 화나요ㅠㅠㅠㅠ
 

1. 죽었다 깨어나도 코딩이 내 적성이 될 수는 없다. 벌여놓은 일이니까 수습하려고 하는 거지. 이걸로 절대 밥 벌어먹고 안 살 거다. 올해만 버티자 올해만... 몇 시간을 붙잡고 같은 문제를 고치고 또 고쳐도 뜨는 이 ERROR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다. 요즘처럼 암기만으로 다 해결되는 공부가 절실한 적이 없다.


2. 알라딘 이북 하이라이트 모아보기 기능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리디북스 더 이상 안 쓰지만 제일 좋은 기능이었는데...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이북의 장점은 이 순간 단점이 된다. 다 읽고 나면 책은 수많은 구매목록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우연히 책과 눈이 마주쳐서 다시 열어본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파일을 다시 열기 전까지는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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