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동물을 그렇게 키우고 싶었는데, 지금은 이 녀석이 나와 함께하는 마지막 고양이이기를 바라고 있다.
누군가 버려놓고 간,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새끼 고양이를 버릴 수도 없고 맡길 곳도 없어 얼레벌레 약 2년을 같이 살고 있다. 귀여운 존재가 자연에서 도태되는 것을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얕은 동정심이다. 그 때문에 이 고양이는 내게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존재가 되었지만, 나는 동물은 인간이랑 거리를 둘 수록 동물다운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동물다운 삶이란 그들의 본능이 충족되는 삶이다. 너희 육식동물들은 움직이는 생명체를 재빠르게 사냥해서 송곳니로 살점을 뜯어야 하고, 나무에 올라야 하고, 발정기에 새끼를 낳아야 하며, 그 새끼들은 대부분은 죽고 일부는 살아남아 자손을 낳아야 한다. 인간의 개입이 없으면 너희는 그렇게 산다.
하지만 우리 집 고양이는 자손 번식은커녕 동족 한번 못 만나고, 집 밖에 평생 나갈 일이 없을 것이며 같잖은 플라스틱 쪼가리로 사냥놀이를 하며 매일 동글동글한 사료만 씹어 먹으며 그렇게 안락하게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길고양이 수명의 몇 배를 살다가 죽겠지.
너의 본능은 인간이 허용된 장소에서만 해소될 수 있어. 긁는 행동은 스크래처에만 해야 해. 벽지를 긁거나 소파를 상하게 하면 인간은 그 행동을 금지하잖아.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저기서는 긁어도 여기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실크벽지와 가죽소파의 가치라는 것이 없는 고양이의 세계에서도 합당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요즘 '애완동물' 이라는 말은 '반려동물'로 대체되었지만 동물과의 관계가 애완(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함)과 반려(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자연에서라면 죽을 것이 분명한 생명을 살려서 인공물들로 가득 채워 키우는 자의 감정을 이입해서 오래도록 살게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인간의 개입은 대체 어디부터 정당한 걸까. 자연 다큐 찍을 때는 펭귄 새끼가 얼어죽는 광경이 펼쳐져도 인간이 개입 안하는 게 맞다고들 하잖아. 고양이는 왜 그렇게 계속 살리고, 번식도 못 하게 하고, 집에 가두어 키울까. 인간이랑 너무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귀엽고, 키우는 게 가능해서?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고양이의 생각은 아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 그래서 너무너무 물어보고 싶다. 넌 자연에서 험난하고 짧은 묘생이겠지만 본능을 억누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살다 가는 삶이 좋은지, 우리 집에서 지금까지처럼 삶에 대한 어떠한 투쟁도 필요없이 가족들의 보호 하에 안락하게 살다가 죽고 싶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