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대회에 참가할까 생각중인 학생이 있는데 만약 참가하기로 결정한다면 지도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00은 정확히 내 전공분야로, 물론 가능하다고 했다. 보수는 대상 상금과 같은 금액이었다.와우, 잘 사는 집인가보군. 기뻐야 하는데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난 후 기분은 씁쓸했다. 학생은 주제조차 스스로 선정할 의지가 없는 것이었다. 주제부터 고민해달라는데 와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군. 3명까지 팀으로 출전 가능한데, 물어보니 팀을 이룰 생각도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돈 주고 고용한 '지도교사' 가 다 해 줄 것이거든! 내가 거절한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를 구해서 하겠지!
cheating인가 아닌가, 그 경계에 있는 이런 일들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진짜 토나온다. 성의껏 상담했는데 결론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달라는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대놓고 과제 대신 해 달라거나 시험 대신 쳐 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시간 낭비 없이 그냥 거절하게.
수업 시간에 학교 과제를 가져와서 모르겠다고 풀어달라고 하는 건 풀어준다. 연구과제 하는데 어디에서 막힌다고 하면 도와준다. 그런데 점점 그 비중이 늘어나서 그냥 수업시간이 과제푸는 시간, 보고서 쓰는 시간이 되어버리면 그 때부터 혼란스럽다. 이미 해 오고 있던 걸 갑자기 그만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좋겠네, 돈 많은 집에 태어나 인생 쉽게 살아서. 대학 졸업하고도 그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이라고 쓰지만 이들은 계속 그렇게 돈으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편하게 살 가능성 농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