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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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자리에서 그저 할 일을 매일같이,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쓴 글에는 항상 울림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저자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책이다!! 나는 사실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도. 이 분은 박사, 교수,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이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요즘 언어로는 인플루언서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즉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느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주제 속에서 그가 하루하루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다양한 일들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간다는 게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예술적인 문장, 영감으로 가득찬 산문은 물론 멋지고 아름답고 가치있지만 읽고 나서 저자와 나 사이의 거리를 인지하게 되는 반면... 이 책은 그와는 반대로 읽으면 읽을수록 거리가 좁혀지는 기분이 들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물론 연구자로서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맞벌이 워킹맘으로서, 개인으로서의 고민과 역할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니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밤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누군가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누군가 찾아오지도 않으며,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일을 잊어도 되는 밤. 한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한 가지 주제에 오롯이 집중해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 그런 밤.



연구하는 직업 뿐 아니라 그 어떤 직업이라도, 이렇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혼자 남아 일에 몰두하는 순간을 근사하다고 느끼는 것이 근사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 없다면, 그 사람이 남긴 글의 형태로라도.


어떤 일이든 힘든 면이 있지만(이 글의 연구실에서 밤을 새야 하는 상황처럼) 그것을 근사하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천문학자가 <코스모스>를 완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뭐 상관 없는 거 아닌가? (...) 그러니 이제 막 첫번째 조각을 집어들었는데 누가 와서 여러 조각을 촤라락 맞춰주고 가면 내심 화가 나는 법이다. 나는 이 책을 두고두고 조금씩 읽을 것이다.



이런 진솔함이 좋다. 남의 감동이 나의 감동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저명한 우주학자의 글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작에 감동하고, 심지어 같은 우주를 연구하고 있는데도! 조언도 감동도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내가 구할 일이다.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등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자연과학 전공자로서 그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문장이다. 때때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인류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 생각해보곤 한다. 아마 많은 결정들이 폐기되고, 수정되겠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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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나의 작고 사소한 새해 다짐을 있는 힘껏 지켜보았다.

할 일들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처리하기! 사소한 결정은 빠르게 내리기!

새해 안부 연락 생각나자마자 했고,
세면대와 변기 물때가 눈에 띄자마자 바로 닦았고,
다이어리 써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썼고,
확인해둬야 하는 스케줄 모두 체크했고,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못 했던 일들도 다 내일 해치워버릴 생각이다.

이게 새해 다짐이 된 이유는 부지런한 인간이 되기 위한 게 아니고… 나의 딥슬립을 위해서이다.

할 일을 미룰 때 당장 몸은 편한데 무의식 중에 그게 남아있는지 꼭 꿈으로 등장하는데, 실제보다 훨씬 거대하고 내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처럼 나온다. 꿈 꿀땐 왜 이게 꿈이라는 걸 모르는거야!!!ㅠㅠ 이런 날은 잠 잔 것 같지도 않다.

이게 좀 괴로워서 미루지 않으면 잠도 푹 자고 그러면 건강도 좋아지고 그러면 다른 일들도 잘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 한번 맘잡고 해 보니 기분 되게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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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02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공감됩니다. 사소한 것도 미뤄놓고 보면 마음에 남고 더불어 약간의 죄책감까지 더해 어느새 짐이 되지요 ㅠㅠ 저도 바로 바로 하기 실행해야겠어요. 엘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2023-01-09 06:12   좋아요 1 | URL
뭐든 그때그때 하는 게 에너지가 훨씬 적게 소모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ㅜㅜ 그런데 아직 습관이 안 돼서 의식적으로 안 하면 또 금세 미루더라구요ㅋㅋㅋ 감사해요! 독서괭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행복한 독서라이프 이어가세요^^
 


코튼캔디 멤버들... 세상 어딘가에서 각자 잘 살고있을 것 같아ㅠㅠㅠ 이대로 못 보내ㅠㅠㅠ



이 드라마는.....'재벌집 막내아들'의 정확히 정반대 포지션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틀린 말도 아닌 게, 빗물 새는 연습실에서 시작한 기획사 큰딸내미들이 망해버린 이야기임

과몰입러들 보지마세요 연초부터 눈물파티 하고 싶지 않으면ㅠㅠㅠ


세상살이에 찌든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티지를 찾고 싶어한다. 사이다 전개에 열광하고, 회빙환에 몰입하고, 모든 일을 쉽게쉽게 해결하는 먼치킨과 돈 많은 재벌에 열광한다. 그렇지, 현실 팍팍하지. 그러니 가진 건 쥐뿔도 없는 망돌(망한 아이돌)이 등장해서 보는 내내 숨 막힐 정도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고 좀 극복해볼라치면 또 주저앉히는 이런 무자비한 드라마를 볼 마음의 여유가 요즘 사람들에게 있을까 싶다.


심지어 이들은 무조건 편들어주기에는 단점도, 약점도 흠도 많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그들을 보며 거대한 벽에 돌진하는 달걀을 바라보는 심정을 12화 내내 느껴야 하는 이 드라마는 오늘날과 같은 사이다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2022년 최고의 드라마였다. (2021년에 제작되었지만 나는 올해 말에 봤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더 많이 나와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현실을 생각해야 하냐고? 난 이미 충분히 힘든데, 현실을 잊고 드라마 속 판타지 세계로 도피하고 싶은데 왜 쉬는 시간까지 머리 아프고 감정 소모해야 하냐고?


드라마 하나에 뭐 이렇게까지 오버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나는 드라마도 문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드라마는,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어려움과 세상의 부조리함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도록 해 주고, 인물에 공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다 보고 나서 재밌다, 통쾌하다 그 이상의 감정, 어떤 생각을 끌어내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 주고 있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 삶의 선택들, 기회들, 위기가 닥쳤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걸 받아왔는지, 내가 타인에게 그만한 존재가 되었는지 정말 많이 돌아봤고... 특히 코튼캔디 멤버들의 약점과 강점들에 나를 대입해보면서 나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이건 내가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 중 일부일 뿐...


위기가 생겼을 때 제나가 그걸 해결하려고 비현실적인 무리수를 계속 두는데, 처음엔 제나야 제발ㅠㅠ 이건 너가 극복하기엔 너무 거대한 문제야, 이제 그만하자... 하다가도 또 그 눈빛, 단호함,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에 어떻게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결국은 제나의 편에서 응원하게 된다.



코튼캔디 멤버로 출연한 배우들 모두 아이돌 출신이라 그런지 연기 하나하나 몰입도가 너무 좋다. 음방 씬도 진짜 아이돌 무대같고 음악도, 안무도 공들여서 제작하고 연습 열심히 한 거 느껴지고... 뮤지컬 드라마처럼 노래 부르는 장면도 가끔 나오는데, 가사로 심경을 전달할 때 주변부가 페이드 아웃되는 연출도 좋았다. 밖에서 보기엔 흔한 망한 아이돌이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다섯 각자가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이고, 주인공으로써 인생을 노래하고, 나는 그들의 유일한 관객이 되어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어서.


보는 내내 참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보는 걸 멈출 수 없었고, 끝까지 이들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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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낙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면 'My body, my choice'라는 구호를 외쳤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만 이 잡지에 실린 낙태 관련 칼럼을 읽고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원치 않는 임신'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데에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가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끔찍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낙태를 그렇게 반대하는 종교 단체, 보수 집단이 피임에 있어서는 얼마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들은 애초에 피임을 권장할 생각이 없다. 그저 '결혼하기 전에 섹스하지 마라' '미성년자는 섹스하지 마라' 같은 의미 없는 훈계나 늘어놓을 뿐. 이들은 미성년자가 피임도구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의 성행위를 부추기게 될 거라는 착각을 하는데, 그럴리가? 그들은 그저 콘돔 없는 섹스를 할 뿐이고요?


이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특히 교회같은데서) 낙태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위선자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생명이 소중해? 영아 살해가 끔찍해? 그래서, 이 아이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당신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이미 낳은 미혼모들을 지원하는 것 말고, 진짜로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은 어떤 걸 하고 있냔 말이다.


최근 또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이 나를 열받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 애를 낳기 전까지는 그렇게 태아도 생명이라느니 뭐니 하다가 낳고 나면 아무도 어린 엄마와 아이의 삶이 나락으로 가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사회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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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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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식을 가진 존재, 특히 고통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존재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바다의 물고기든 하늘의 새든, 그리고 저를 포함한 모든 휴머노이드들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달마가 있고, 그 반대에는 선이 있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난 이 말이 가장 와닿는다. 살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고 해서 그게 생명이 태어나야 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그런데 나는 이미 태어나버렸으니 어쩌지?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살고 있긴 한데 짧은 생이나마 살아 본 결과 삶에서 행복이란 어쩌다 한 번씩 벌어지는 이벤트일 뿐, 꼭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지속적인 상태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순간이다. 오히려 지속적인 것은 고통이다. 삶과 고통은 분리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과거, 현재, 미래의 내 존재를 지울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당장 누르고 싶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미래에 큰 기대가 없다. 그럼에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나는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생명을 부여잡고 살아내야 하다니... 왜?


인간에게는 인권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게 있어서 그냥 죽어지지가 않아.


삶을 선물이라고, 단 한번만 주어지는 축복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 나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이번 생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제발 인도적으로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럼에도 꾸역꾸역 사는 이유는 1. 남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기 싫다는 마음 2.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죽는 방법들이 다들 끔찍해서.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 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듯 삶과 죽음의 경제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아마 이런 두려움이 사후세계와 종교를 만들어냈겠지? 이런 거 보면 인간은 강한 것 같으면서도 그 어떤 생명체보다 나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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