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글 쓰는 테크닉 데구치 히로시의 논리 시리즈
데구치 히로시 지음, 현유경 옮김 / 인포더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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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착했던 문제들 중 만만치 않았던 점은 바로 보고서 작성이었다. 다니던 직장 선배들이 그동안 작성, 보고했던 문서들을 토대로 나름의 양식과 패턴을 뽑아 참고하면서 글쓰기 향상을 노렸지만 상당한 노력이 필요로 한 부분이었기에 무척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글쓰기는 어려우면서도 넘어서야 할 과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홍보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희열이 교차하는 만감을 갖고 있는데 <논리적으로 글 쓰는 테크닉>을 읽게 된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만감에서 더 큰 희열로 옮겨가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글쓰기는 모든 직장인들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것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글쓰기의 중요성을 제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회사내에서 보고서 작성이나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글쓰기가 말하기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거나 중요성을 절감하더라도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막막해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한창 쓰다보면 자신이 주장하는 바는 온데 간데 없고 횡설수설과 장광설만 늘어놓다가 허겁지겁 결론을 내려 버리면 보고를 받는 윗사람은 물론 내가 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은 당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게 되고 결국 글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란다.

 

<논리적으로 글 쓰는 테크닉>은 결국 이러한 고민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가장 기초적인 주어와 술어를 명확하게 드러냄으로서 자신이 말하려는 것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주장만 늘어 놓는 글은 가장 금기시 해야 하는 것이 글쓰기의 중요 핵심임을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논리적인 글쓰기의 범주에 속하는 회사 내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을 작성할 때는 상대방에게 내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이 주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가미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의견과 주장을 말했는데 단순히 자신의 생각만으로 밀어붙인다면 글을 읽는 이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자료와 객관적인 분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글을 잘 쓰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좋은 글을 많이 읽는데 있다고 충고한다. 이는 흔히들 유명 작가들이 초년병시절에 세계적인 문호들의 작품을 필사하면서 글쓰기를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하는 것과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좋은 글은 간단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을 강조한다. 과도하고 현란한 미사여구나 사족에 가까운 부연설명 등 수식어의 과도한 사용은 그만큼 글의 명료함과 이해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란다.

 

글쓰기는 이렇듯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였던 기본적인 원칙을 토대로 차근차근 하나하나 내공을 쌓아 올려간다면 결코 어렵기만 한 분야는 아니다. 어느 작가가 말했듯이 머리로 쓰는 게 글이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게 글임을 이 책을 펼친 글쓰기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배우고자 했던 나를 비롯한 독자 제위가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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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을 넘어 이성의 시대로 -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전논리
문성규 지음 / SensibleNews(센서블뉴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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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미니총선이라 불릴만큼 재보궐 선거구도 많았고 얼마전 지자체선거까지 겹쳐 3개월간 선거정국이었던 국내 정치가는 세월호 참사로 야기된 정권심판론과 노인층의 아이돌박근혜 정부에 대한 재신임여부를 가리는 리트머스와 같인 총선에 올인하면서 개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차기 대권의 향방마저 가늠할 시험대에 올랐다. 결과는 야당의 참패, 참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고질적인 병폐로 드러난 전략공천에 따른 공천파동과 청년층과 중년층의 투표율 저조에 따른 여권의 우세였다.

 

흔히 정치는 더럽다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이해타산에 따라 헤쳐모여를 거듭하면서 적의 적은 내 동지이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음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강호의 도리라는 정의의 실체가 무얼까? 단순하다. 살아 남는게 강한 것이다. 중용이나 대의를 앞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끊임없이 견제하거나 도전해 오는 세력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전투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것이 비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이념을 넘어 이성의 시대로>은 이처럼 현실속에서 부닥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때론 상대를 제압하거나 지혜롭게 관계를 개선하는 등 현명한 처세를 위해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례 등을 바탕으로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전략, 관계, 논술, 처세, 조직, 싸움, 인식, 상술 등 8개 카테고리에서 총 200여개의 상황을 설정하여 대응 방식을 충고해 주는 이 책은 현실적으로 맞닥뜨리는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조언이 필요함에도 막상 큰 틀에서 관용을 베풀라고 하거나 추상적인 충고로 일관된 책들에서 오는 실망감을 해소시켜주는데 확실한 역할을 한다.

 

읽다보면 뭐야? 이런 정도는 나도 구사할 수 있는데?“하는 충고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감안할 때 상황발생에 맞춰 순발력있게 대응해 나가는데 쉽게 구사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특히 언론과의 대응이나 강력하게 압박해 오는 상대(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 등)의 예봉을 지혜롭게 피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스킬 등은 오랜 언론기자 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스타일을 자연스레 접해 온 저자가 아닌 이상은 쉽사리 공감하기 만만치 않은 주제들을 간명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8개 주제별로 간단한 사례와 함께 짧고 간결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따라서 글의 전후를 읽어야지 그 맥을 잡을 수 있는 다른 책들과 달리 어느 주제 어떤 사례를 펼쳐서 읽더라도 상관이 없으므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쪽집게식 강의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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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만 옆으로 한 발짝만 앞으로 - 완전한 주식, 펀드 투자의 정석
이진호 지음 / 가나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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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한 책이 가지는 총체적인 부실이 바로 이런 것일까? 주식투자에 대한 책이니까 종목 챠트 많이 넣고 일러스트레이트와 관련 사진 넣어서 대충 버무린다 해도 어설픈 화장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을까? <한 발짝만 옆으로 한 발짝만 앞으로>은 이처럼 아쉬움으로 가득한 책이다.

 

자산관리 영업 및 사모펀드 등을 운용하는 저자는 증권투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을 개인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렸고 이를 책으로 엮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란다.

이 책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주식 및 채권투자자들의 움직임과 투자종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문가적 식견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지식과 충고는 철지난 것에 불과하다 하나의 교훈으로서 주식투자에 늘 조심해야 하고 애널리스트와 언론사의 보도를 있는 그대로 믿지 말라는 점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로서 잔뼈가 굵은 소액투자자들에게는 금과옥조이다. 몇 년전 주식, 채권시장에 대한 설명을 이제야 독자들에게 다시 환기시킨다 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나의 교훈으로서 언급했다면 모를까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당시의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의 투자 방향에 대한 설명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속성을 감안할 때 여러모로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다. 빈약한 텍스트와 단순한 시장설명 등을 반복적으로 재생하고 있는 이 책은 퀄리티를 논하기 조차 버거울 정도다. 거기에 비싼 책값까지 확인하면 누가 선뜻 이 책을 읽고자 선택할 수 있을까?

 

저자의 역량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내공을 깎아 내리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증권투자에 많은 지식과 나름의 내공을 쌓고 있는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에게 이 책이 감히 어떤 의미로 읽히겠는가? 당최 읽힐 수나 있을까? 서평을 쓴 이래 이처럼 두서없는 공격과 비판을 가한 책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수준을 직시하고 관심을 반영한 내실있는 기획과 저술을 통해 앞으로 <한 발짝만 옆으로 한 발짝만 앞으로>와 같은 책의 발간은 지양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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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이펙트 -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냉철하고 뜨거운 분석 10 그레이트 이펙트 9
프랜시스 윈 지음, 김민웅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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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자본론>(엄밀히 말하면 책 제목은 자본이다)의 칼 마르크스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경제체제인 자본주의의 속성과 폐해를 예견하고 부작용에 대한 해결방향을 제시한 그의 통찰은 철학, 경제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에 깊은 조예가 결합된 산물이며 그 집합체가 <자본론>인 것이다.

 

그동안 자본론과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체제의 반대 개념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체제의 바이블화로 인해 민주주의에 배치되는 교조주의적 개념으로 배척되어 왔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초 구 소련의 붕괴는 자본주의의 승리이자 소련의 경제체제의 근간으로 여겨진 공산주의=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패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고도화 되면서 사회 여러분야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확대와 청년실업문제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수요층의 확산은 경기순환을 더 어렵게 하고 있으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미 사회 계층의 분화가 고착화 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폐경제에 경도된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는 다시금 케인지안의 부상과 케인즈 이론의 부활을 떠올리지만 지금까지 바뀌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의 해법으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역할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천재의 명저는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본론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칼 마르크스의 생애와 <자본론> 출간시 칼 마르크스에 대한 당시 사회의 반응, 그의 사망 이후 현재까지 이 책이 자본주의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이 담긴 <자본론 이펙트>의 출간은 독자들에게 칼 마르크스와 그가 살아간 시대에 대한 이해와 어려운 <자본론>을 독파하는데 중요한 백그라운드로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자본론 이펙트>은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대해 치밀한 분석과 미래 예측을 통해 자본주의를 바꾸고자 노력했던 과정 등을 소개하면서 자본론의 역사와 지금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한권의 책으로 요약 이해시켜주는 책이다. 자본론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일대기를 그려 놓았으며. 또한, 마르크스의 사망 이후 자본론이 어떻게 소비되어지고 지금의 위치까지 도약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20세기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자본론은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시켜 나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 이를테면 빈부격차, 계층갈등, 실업, 끊임없이 반복되는 버블의 문제는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그 발생을 예측하고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던 일이기도 하다. , 수십년이 지났어도 그의 역저는 사장되기는 커녕 더욱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필수불가결의 해법이라고 인정받고 있다.(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야기된 경영위기에서 특히 칼 마르크스에 대한 조예가 깊은 저자가 담담히 써내려간 텍스트의 주제는 자본론을 읽기 전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강신준 교수의 <자본>시리즈를 읽고 있지만 진도도 잘 안나가고 어렵게 여겨졌던 부분에 대해 <자본론 이펙트>가 좋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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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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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그림에 숨겨진 작가의 애환은 모른다. 아니 알고 싶어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가이드 멘트를 주의깊게 들어도 전시관 주변 분위기가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작가의 산고도 치열한 예술가적 고민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 테고... 대신 끊임없는 인파의 줄 속에서 밀려밀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작품들을 보면 귀한 시간을 내서 찾아 왔건만 수박겉핥기 같은 관람에 대한 속상함에 더해 이러자고 미술관을 방문한 게 아닌데라는 깊은 후회감이 밀려온다. 함께 온 아이들 역시 아직 예술관을 논하기에는 어리지만 잠재된 감성을 일깨우고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면서 정서적 건강함을 키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달래서 데리고 온 나와 와이프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인파속에서 자주 길을 잃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하곤 한다. 관람객이 한적한 평일 시간대에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한탄을 미술관을 찾았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갖기가 어려운게 도시인의 삶이 아닐까? 그래서 펼쳐든 책이 <혼자 가는 미술관-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이다. 대리만족일 수도 있지만 오랜 동안 미술사를 공부한 저자가 한적한 시간에 찾아가는 미술관의 모습과 작품과 저자 그리고 예술가와의 3자 대면 속에서 새록새록 솟아나는 아름다운 감성을 보면서 언젠가 나 또한 찾아갈 어느 한적한 날의 미술관에서의 생경함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물론 삼성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자신이 전공했던 역사와 미술사를 배경으로 작가들의 시대적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하고 작품속 인물들의 한맺인 삶을 함께 짊어지기도 한다.

 

오얏꽃 문양에서는 망국의 책임을 뒤집어 쓴 채 오욕의 모습을 남긴 고종의 사진속에서 격동의 시기에 어쩔 수 없었던 개인으로서 그의 한계를 수용하면서 오얏꽃(梨花)의 아픔을 설명하며 조선조 단종복위를 위해 자신을 사지로 내던진 사육신의 문초 장면을 담은 ‘1456년 그해 초여름, 사육신에서는 그들의 억압을 현대인들의 제한된 행동과 자유를 연계하여 떠올리면서 생계와 사회의 규제 속에 아스라히 저물어가는 이들을 무표정한 모습에 처연함을 담는다.

 

젊은 시절 화가가 아니라 의사가 되었다면 가능했을 여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무기력함과 끝이 보이는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무너졌던 아픔을 뱀으로 형상화 하면서 비상구로 삼고자 했던 화가 천경자의 삶을 소개하는 아무도 탐내지 않을 고독한 사막의 여왕되기’. 꽃다운 시절을 일본군 위안부로서 잔인하게 짓밟힌 나눔의 집 방문을 통해서 질곡의 역사 속에서 특히 차별받던 여성으로서의 처절한 삶을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저자의 속 깊은 정에 독자들과 그 작품간의 거리감은 좁혀진다.

 

닭모양 토기와 십장생도를 보면서 학교 앞 병아리와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우리들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비슷한 경험을 했음직한 가족의 에피소드를 작품 감상에서 떠올리면서 미술관의 방문과 작품에 대한 감상은 작품에만 집착하는 것은 편견임을 깨닫게 한다.

 

12곳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저자가 품게 되는 감정들이 동행이 있거나 북적이는 미술관이었다면 가능했을까? 비단 혼자가는 미술관 방문이 다른 방문보다 훨씬 더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시간보다는 또 효율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잊을 만큼 예술가와 작품과 긴 호흡을 함께 하고 단 하나의 성과를 얻더라도 투입된 시간은 수치화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면 나름의 성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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