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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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7IMF금융위기도 이전에 급격한 환율상승, 외환보유고 급감,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다양한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책당국은 무시했고 경제주체들은 안이했다. 당시 강경식 부총리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발언은 얼마나 국제경제상황을 오판했고 또 경시했는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되돌아보도 한심할 뿐이다. 그런 오판과 잘못된 대응은 기득권과 부유층의 피해보다는 전적으로 일반 서민층과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

 

.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을 들여다 보자. 신흥 경제강국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가 강점이었던 수출위주 제조업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일본은 꺼져가는 불빛을 살려보고자 무분별한 엔저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킴은 물론 세계 각국이 화폐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도록 악마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2016년 경제위기설의 진원은 결코 과거처럼 무시하거나 안이한 대응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997년은 그래도 한국경제가 속칭 벌어 놓은게 있었지만 지금 또다시 IMF급 위기를 맞는다면 장렬하게 전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진단의 근원에는 천조가 넘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자리잡고 있다.

 

<빚으로 지은 집>은 지난 2008년 미국을 강타했던 금융위기, 즉 대침체라는 결과에는 강력한 가계부채라는 원인(전조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 가계부채를 해소하는 것이 곧 들이닥칠 대공황에 준하는 대침체를 막을 유일한 방법임을 독자들에게 깨닫게 해준다. 미국의 2008년 대침체를 근거로 가계부채의 폭발력을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대로 대한민국 경제에 적용시켜도 어느 하나 틀린 점이 없을 만큼 데자뷰를 선사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1200조다. 어마어마하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그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모든 경제위기에는 가계부채의 급증이 있었다니 지금의 각계 전문가들의 경고가 결코 허투루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모든 거품의 원인은 무분별한 신용확대(대출, 레버리지)가 원인임을 지적한다. 금융위기 직전 7년 새 미국 가계부채는 두 배로 늘어 14조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대침체 이후 당시 묻지마 대출과 깡통주택의 희비극은 이미 경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지금도 생생하기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하지만 이러한 부채급증의 결말은 결국 채무자의 몰락을 가져올 뿐 기나 긴 위기의 마지막 후 회복기에는 채권자들에게 더 큰 경제력의 집중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채권자가 어떤 경우에도 손실을 입지 않는다면 그들은 돈을 더 많이 빌려주려 할 것이고 이는 곧 또다른 자산(집값) 거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빈부격차의 심화가 결국 사회불안과 국가시스템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저자는 대침체는 결과적으로 정도차이일 뿐 장기적으로 채무자 및 채권자(은행이 주로 해당된다) 모두에게 피해를 가져올 뿐이므로 정부주도로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쟁에 휩싸인 채 경제보다는 자신의 치적이나 인기에 집착하는 대한민국 정치권이 심각하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권과 경제계 전문가들이 곱씹어 봐야 할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대출계약을 맺을 때 집값이 떨어질 경우 하락비율 만큼 대출 원금도 줄어 들며 일부 비율을 손실위험 대가로 받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자본이득을 받게 되는 주식투자와 같은 원리로 이용된다면 결국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책임을 지게 됨으로서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자발적인 대응이 선행됨으로서 경제위기를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영역에 가둬놓음으로서 안정적인 경제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 두 저자가 조언하는 부동산 관려 가계부채 해결의 핵심이다. 단순히 결과분석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진 효용은 많은 이들에게 가계부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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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채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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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만큼이나 많은 여운과 감성적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부여 받는 것이 시를 읽는 순간 아닐까? 간결하면서 정제되고 제한되지만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의 선택으로 때론 일상적인 표현을 넘어서는 비유를 통해 나타난 시인이 마음이 투영된 시는 독자들에게 어느 순간 동화됨은 물론 시인의 지난한 세월을 공감하는 매개체가 되곤 한다.

 

이채현 시인의 <사랑한다면>역시 절대자인 신에 대한 복종과 경외감,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 이별의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시집이다. 특히 사랑에 대해 맹목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이채현 시인의 애착은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신에 대한 사랑을 더 키우고 발전시켜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종교적 가르침(사랑)에 순응하는 모습과 조응한다.

 

(중략)사랑할 때 살고 싶은 것.

사랑할 때 살 수 있는 것.

많이 많이 사랑하라 하시는 구나

빈손으로 사랑하다가

빈손으로 사랑 남기라 하시는 구나

- 140페이지, <빈손>

 

사랑하는 이를 포함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 그리움은 시인의 작품 곳곳에 묻어 있으며 신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이채현 시인의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적 정서임을 알 수 있다.

마치 또 한번 가을이라는 계절을 잃어가는 것이 서럽고 또 아쉬워 여전히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꽃 한송이를 그린 책 표지처럼 달리 보면 그래서 더 강렬한 외로움으로 비춰지는 꽃처럼 시인의 시세계는 때론 외롭고 고독한 사랑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은 신에 대한 영성이고 영성이 마련된 바탕 하에서 이뤄지는 시의 창작은 종교에 의지하는 시인 자신의 의사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싶다. 짧은 분량의 한편이지만 그 여운은 곱씹고 또 느끼는 와중에 훨씬 더 오랜 잔상이 남게 되는 시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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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
이원석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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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분야는 이제 출판가에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서들이 독자들에게 소구되면서 주요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지는 아마 IMF금융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구조조정에 휘말린 샐러리맨들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 청년층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선택받기 위해 개인 스펙을 쌓아 올리기 위한 노력에 즈음해서 더 가속도가 붙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서 시간관리는 물론 어학실력과 실무능력도 향상시켜야 했으며 심지어 부동산 투자등 다양한 재테크를 위해 많은 책을 통해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되었다.

 

구조조정의 압박으로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두려움은 수많은 샐러리맨들을 재테크에 몰두하게 만들었으며 취업시장의 한파로 사회진출 자체가 어려워진 청년층의 좌절은 자신의 잘못이므로 좀 더 노력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언젠가 성공은 자신 곁에 다가올 것이라고 믿게 된데는 자기계발서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자원, 1인기업, 다단계, 픽업아티스트, 힐링, 열정노동, 영어교육 열풍 등 여러 가지 최근 사회 현상들이 결과적으로 자기계발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하지만 점차 일각에서 자기계발서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지금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마냥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본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더 노력하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의 노력이 정당한 댓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열풍 이면에 불타올랐던 그와 그의 책에 대한 반발은 그만큼 공정한 경쟁과 그들의 노력과 실패도 보듬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와 기득권층의 사다리 걷어치우기가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아프라고 강요하는 것은 젊음의 희생을 댓가로 책장사에 나선 한 지식인의 몰염치로 보일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서의 효용은 무엇일까? <거대한 사기극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은 자기계발서의 연원과 발전과정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자기계발서들의 모습들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서 자기계발분야가 가진 실체와 한계, 부작용들을 지적하며 어떻게 하면 이를 그나마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권하는 책이다. 저자 역시 자기계발서를 탐닉하던 열렬한 팬이었지만 사회적 보장시스템을 통해 공정경쟁과 실력을 통한 신분상승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시대에 자기계발서의 범람은 결국 국가와 제도의 역할을 개인에게 떠넘겨 버림으로서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이라는 정글로 내몰아 버리는 비정함을 자양분 삼아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독버섯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 자기계발에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웠음을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독자들이 깨닫기를 원하면서 이 책을 펴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서의 효용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진실을 밝혀 낼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계발서의 범람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횡행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극도로 거부하고 가능한 축소함으로서 개인의 재산권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를 확장하고 시장질서를 토대로 하는 자원배분을 추구함으로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모든 영역을 시장화 시켜 시장경제의 무한 자유경쟁을 단일 교리화 함으로서 비정한 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며 이로 인해 자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였으며 이에 충실한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였고 이를 이용하여 책장사에 성공한 것이 부자아빠로버트 기요사키(‘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와 국내에서는 꿈꾸는 다락방의 이지성 등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계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실행함으로서 마냥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신비적 자기계발분야의 책들인 <시크릿>, <긍정의 힘>등은 읽을 필요조차 없는 시간낭비라고 하지만 윤리적 자기계발분야의 책 중에 메모, 정리, 청소, 휴식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담은 분야의 책들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심리 분야의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과거에 대한 상처를 치료하는 쪽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 강조는 시간낭비에 불과할 뿐임을 조언한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자기계발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문제는 사라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을 새로이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말했듯이 이것은 홀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은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깨어 있는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본문중 219페이지)

 

, 일정수준의 위계와 경쟁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균형의 문제다. 자기계발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항목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며 조금 더 성공하고 조금 더 성취하길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몫으로 제한적인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고 유익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그게 결국 자기계발을 자기계발로 진정어린 대우를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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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레이트 인 재즈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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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상실의 시대>, <태엽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등 주옥같은 명작들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인기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내게는 소설가보다 재즈매니아로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더 기억해 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재즈를 좋아하고 감상하는 음악에 대한 취미가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트레이트 인 재즈>는 유명 재즈뮤지션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화가 와다 마코토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교감을 갖고 초상화를 보면서 젊음과 장년의 모든 시기를 함께 했던 그들의 재즈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글로 엮어 두권의 책으로 펴냈으며 국내에서도 <재즈에세이>, <재즈의 초상>으로 번역 출간되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후 한권으로 묶어 <포트레이트 인 재즈>로 재출간하게 된 책이다.

 

젊은 시절 홀연히 재즈에 매료되어 인생의 대부분을 재즈와 함께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뮤지션에 대한 평가와 작품에 대한 해석과 추천 앨범은 그동안 재즈음반의 감상으로 다져지고 풍부해진 감성이 그의 문학적 감수성과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유려한 표현으로 재즈매니아인 독자들에게 한결 더 재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준다.

특히 음악평론가들의 비교적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글에 비해 재즈마스터들 개인에 대한 매력과 작품의 호불호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드러냄으로서 좀 더 사람냄새 나는 재즈거장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그의 재즈에 대한 사랑의 정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재즈는 분명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은 아니다. 그렇기에 국내에서도 소수매니아층을 위주로 형성되어 있으며 뮤지션 입장에서도 여전히 재즈음악을 한다면 늘 배고프고 비주류로 살아가는 설움을 감당해 내야 하는 비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국내가요와 스탠더드 팝은 함께 다루고 있지만 재즈만큼은 심야 시간에 한정되어 송출되고 있다.(그래도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맙고 또 고마울 지경이다) 그렇기에 재즈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는 모든 것들이 반갑기만 하다. 이 책 역시 그런 면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재즈를 알게 해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지나친 욕심이더라도 말이다.

 

이 책은 마일스 데이비스, 덱스터 고든, 찰리 파커, 아트 블레이키 등 재즈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55명의 뮤지션에 대한 저자의 평가와 그들의 대표 앨범에 대한 감상기를 초상화에 더해 주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무라카미 하루키한테 늘 한결같은 느낌만으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젊었을 때 느꼈던 흥분이 어느 덧 인생의 굴곡을 지나 연륜이 묻은 후에 들었을 때는 달라진 감흥으로 평가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 너무 자신의 세계에만 안주한 나머지 더 발전해 나가지 못한 뮤지션에 대해서는 명작의 반열에 들었던 작품이더라도 아쉬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재즈팬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인적 소회지만 그 솔직함에 오히려 더 반갑고 또 더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오는 재즈뮤지션들이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 출근길에 높아진 하늘과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는 이들의 모습, 분주한 차량들의 오고 감 속에서 홀로 재즈라디오 어플을 켜놓고 강남대로를 걸어가곤 한다. 스탠더드 팝과 헤비메탈에 마음을 뺐겼던 20대 초반에 소리소문 없이 다가왔던 베이스의 둥둥 거리는 저음의 현악 소리가 떠오른다. 그를 계기로 조금씩 들으면서 찾아다녔던 재즈에 대한 모든 것들... 그 당시 94년 늦가을의 높은 하늘 역시 지금과 같았다. 늘 재즈가 우리 곁에서 오랜 기간 그 명맥을 유지하며 삶의 여백을 같이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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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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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영화명 : 셔터아일랜드)’으로 평단과 영화계(영화화를 통한 흥행에도 보증수표로 인정받기 때문)에 극찬을 받으며 대중성 측면에서도 추종을 불허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최신작이다.(이 작품 역시 벤 에플렉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화 중이며 내년 개봉예정이란다)

 

출간 즉시 전미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2013년에는 애드거 앨런 포 상에서 선정한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영애를 누렸다. 이와 같이 화려한 이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처음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흥미와 긴박함은 소설 전체를 통해 독자들의 몰입도를 늦추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의 매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 현란한 총격전과 액션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뇌물로 부를 이룬 아일랜드계 보스턴 부패경찰을 아버지로 둔 조 커글린, 이런 가풍(?) 탓인지 아버지와 자신의 실체를 경찰VS범죄자가 아닌 그저 뻔뻔한 범죄자부자로 생각하고 있다. 보스턴을 양분하는 두 조직중 하나인 팀히키의 비호아래 똘마니로 디온형제와 함께 소소한 범죄를 일삼던 그가 우연히 반대조직 보스인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와 욕정에 휘말리면서 결코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그녀와 도망치기 위해 은행강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관 살해와 앨버트 화이트로 인해 감방에 가면서 알게 된 마소 페스카토레, 그는 앨버트 화이트쯤은 언제든지 쓸어 버릴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이탈리아 마피아였다. 그의 오른팔이 되면서 출소 후 플로리다 지역의 밀주시장을 점령하고 지역 경찰, 상하의원 등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매수하면서 거물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라시엘라와의 사랑 등이 때론 숨 가쁘면서 때론 플로리다의 뜨거움처럼 정열을 가져다 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다.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그의 지위가 어느새 위협받으면서 펼쳐지는 긴박한 액션은 영화화되면 어떻게 묘사될지 눈 앞에 펼쳐지듯 선하면서도 감독인 벤에플렉이라면 어떤 신선함을 줄 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편 내내 중절모와 긴 바바리코트를 입고 삐딱하게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문 채 여차하면 톰슨 기관단총으로 갈겨 버리는 냉혈한 들이 나오지만 주인공 조는 그와는 달리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마소의 아들 디거처럼 마약에 찌들거나 술에 취해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패버리지도 않으며 자신의 2인자인 디온이나 살처럼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면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잔인함도 없는 조는 아일랜드계로 인해 백인 주류에도 속하지 못하고 밤의 세계에 주류인 이탈리아계도 아니다.(결국 이러한 출신의 한계로 인해 마지막에 결단을 내리지만) 감옥에서 읽었던 많은 책들로 인해 당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지적 소양도 갖추고 있는 조가 갱스터이면서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딱 두 세번. 그라시엘라를 능욕하던 미군 수병을 갈겨 버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두 번 정도다.

 

이 소설에는 세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이자 조의 연인이었던 에마 굴드와 조의 아내 그라시엘라, 그리고 템파의 경찰서장 딸이자 헐리우드 여배우를 꿈꾸던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였으나 끔찍한 일을 당하고 창녀로 전락하고 만 로레타.

 

이 세명의 여자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들을 만들어 낸다. 에마로 인해 감방엘 가고 마소를 알게되면서 본격적인 밤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었다면 플로리다 템파의 밤의 세계를 지배한 그가 그라시엘라의 만남으로 진정한 사랑을 통해 가정과 아이를 갖게 되며 로레타를 제거하는데 거부함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여자들과의 조의 관계는 앞서 말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동네 깡패에 불과했던 그가 설명할 수 없는 욕정에 휩싸이며 밤의 세계에 깊숙이 끌려들어 가는데는 에마라는 팜므 파탈이 있었기 때문이고 여느 조폭과 달리 잔인하지도 냉혹하지도 않으며 그라시엘라의 자선사업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사업을 합법화시키려고 노력했던 장면들은 주인공으로서 그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는데 주요한 장치이며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로레타의 죽음을 통해 그가 밤에 살지만낮의 세계가 가졌던 순수함 마저 타락시켜 버렸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법보다 부패와 폭력에 더 가까운 사회였던 금주법과 대공황기의 미국의 부끄러웠던 민낯을 조명하고 밤에 살지만 낮에 살아도 다를 게 없었던 당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일장춘몽처럼 낮의 세계로 편입되어 아들 토마스와 함께 여생을 보내는 조의 짤막한 마지막 에필로그는 숨가쁘게 달려온 밤의 세계를 마무리 하기에는 여운이 남지만 하드보일드 장르소설로서 이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책은 쉽사리 찾기 어렵다는 면에서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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