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영화명 : 셔터아일랜드)’으로 평단과 영화계(영화화를 통한 흥행에도 보증수표로 인정받기 때문)에 극찬을 받으며 대중성 측면에서도 추종을 불허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최신작이다.(이 작품 역시 벤 에플렉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화 중이며 내년 개봉예정이란다)

 

출간 즉시 전미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2013년에는 애드거 앨런 포 상에서 선정한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영애를 누렸다. 이와 같이 화려한 이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처음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흥미와 긴박함은 소설 전체를 통해 독자들의 몰입도를 늦추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의 매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 현란한 총격전과 액션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뇌물로 부를 이룬 아일랜드계 보스턴 부패경찰을 아버지로 둔 조 커글린, 이런 가풍(?) 탓인지 아버지와 자신의 실체를 경찰VS범죄자가 아닌 그저 뻔뻔한 범죄자부자로 생각하고 있다. 보스턴을 양분하는 두 조직중 하나인 팀히키의 비호아래 똘마니로 디온형제와 함께 소소한 범죄를 일삼던 그가 우연히 반대조직 보스인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와 욕정에 휘말리면서 결코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그녀와 도망치기 위해 은행강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관 살해와 앨버트 화이트로 인해 감방에 가면서 알게 된 마소 페스카토레, 그는 앨버트 화이트쯤은 언제든지 쓸어 버릴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이탈리아 마피아였다. 그의 오른팔이 되면서 출소 후 플로리다 지역의 밀주시장을 점령하고 지역 경찰, 상하의원 등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매수하면서 거물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라시엘라와의 사랑 등이 때론 숨 가쁘면서 때론 플로리다의 뜨거움처럼 정열을 가져다 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다.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그의 지위가 어느새 위협받으면서 펼쳐지는 긴박한 액션은 영화화되면 어떻게 묘사될지 눈 앞에 펼쳐지듯 선하면서도 감독인 벤에플렉이라면 어떤 신선함을 줄 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편 내내 중절모와 긴 바바리코트를 입고 삐딱하게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문 채 여차하면 톰슨 기관단총으로 갈겨 버리는 냉혈한 들이 나오지만 주인공 조는 그와는 달리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마소의 아들 디거처럼 마약에 찌들거나 술에 취해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패버리지도 않으며 자신의 2인자인 디온이나 살처럼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면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잔인함도 없는 조는 아일랜드계로 인해 백인 주류에도 속하지 못하고 밤의 세계에 주류인 이탈리아계도 아니다.(결국 이러한 출신의 한계로 인해 마지막에 결단을 내리지만) 감옥에서 읽었던 많은 책들로 인해 당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지적 소양도 갖추고 있는 조가 갱스터이면서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딱 두 세번. 그라시엘라를 능욕하던 미군 수병을 갈겨 버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두 번 정도다.

 

이 소설에는 세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이자 조의 연인이었던 에마 굴드와 조의 아내 그라시엘라, 그리고 템파의 경찰서장 딸이자 헐리우드 여배우를 꿈꾸던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였으나 끔찍한 일을 당하고 창녀로 전락하고 만 로레타.

 

이 세명의 여자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들을 만들어 낸다. 에마로 인해 감방엘 가고 마소를 알게되면서 본격적인 밤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었다면 플로리다 템파의 밤의 세계를 지배한 그가 그라시엘라의 만남으로 진정한 사랑을 통해 가정과 아이를 갖게 되며 로레타를 제거하는데 거부함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여자들과의 조의 관계는 앞서 말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동네 깡패에 불과했던 그가 설명할 수 없는 욕정에 휩싸이며 밤의 세계에 깊숙이 끌려들어 가는데는 에마라는 팜므 파탈이 있었기 때문이고 여느 조폭과 달리 잔인하지도 냉혹하지도 않으며 그라시엘라의 자선사업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사업을 합법화시키려고 노력했던 장면들은 주인공으로서 그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는데 주요한 장치이며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로레타의 죽음을 통해 그가 밤에 살지만낮의 세계가 가졌던 순수함 마저 타락시켜 버렸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법보다 부패와 폭력에 더 가까운 사회였던 금주법과 대공황기의 미국의 부끄러웠던 민낯을 조명하고 밤에 살지만 낮에 살아도 다를 게 없었던 당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일장춘몽처럼 낮의 세계로 편입되어 아들 토마스와 함께 여생을 보내는 조의 짤막한 마지막 에필로그는 숨가쁘게 달려온 밤의 세계를 마무리 하기에는 여운이 남지만 하드보일드 장르소설로서 이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책은 쉽사리 찾기 어렵다는 면에서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