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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채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평점 :
여백만큼이나 많은 여운과 감성적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부여 받는 것이 시를 읽는 순간 아닐까? 간결하면서 정제되고 제한되지만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의 선택으로 때론 일상적인 표현을 넘어서는 비유를 통해 나타난 시인이 마음이 투영된 시는 독자들에게 어느 순간 동화됨은 물론 시인의 지난한 세월을 공감하는 매개체가 되곤 한다.
이채현 시인의 <사랑한다면>역시 절대자인 신에 대한 복종과 경외감,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 이별의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시집이다. 특히 사랑에 대해 맹목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이채현 시인의 애착은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신에 대한 사랑을 더 키우고 발전시켜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종교적 가르침(사랑)에 순응하는 모습과 조응한다.
(중략)사랑할 때 살고 싶은 것.
사랑할 때 살 수 있는 것.
많이 많이 사랑하라 하시는 구나
빈손으로 사랑하다가
빈손으로 사랑 남기라 하시는 구나
- 140페이지, <빈손>
사랑하는 이를 포함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 그리움은 시인의 작품 곳곳에 묻어 있으며 신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이채현 시인의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적 정서임을 알 수 있다.
마치 또 한번 가을이라는 계절을 잃어가는 것이 서럽고 또 아쉬워 여전히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꽃 한송이를 그린 책 표지처럼 달리 보면 그래서 더 강렬한 외로움으로 비춰지는 꽃처럼 시인의 시세계는 때론 외롭고 고독한 ‘사랑’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은 신에 대한 영성이고 영성이 마련된 바탕 하에서 이뤄지는 시의 창작은 종교에 의지하는 시인 자신의 의사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싶다. 짧은 분량의 한편이지만 그 여운은 곱씹고 또 느끼는 와중에 훨씬 더 오랜 잔상이 남게 되는 시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