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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평점 :
가끔은 정해진 운명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이거나 자신의 인생을 바꿀만큼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거나.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의 저자는 참치 회와의 첫만남을 첫사랑의 기억만큼이나 강렬하게 남았다고 회고한다. 일본어의 기본문자인 히라가나도 몰랐던 20대 초반에 그것도 일본이 아닌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고생 끝에 알바비를 받고 선뜻 간곳이 비싼 참치 사시미 단품이 유명한 이자카야 였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을 사랑하고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 한국여자의 도쿄에서의 일상을 다룬 에세이다. 거창한 역사유적이나 알려진 일본의 관광지를 대상으로 소개하는 여타 책과는 달리 흔히 주말에 어디를 나가고 싶긴한데 막상 나갈데를 모르거나 망설여져서 우왕좌왕하는 우리들에게 도쿄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어디로 나들이를 갈까하는 궁금증이 반영되어 저자 스스로 찾아나선 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한 책이다.
이렇게 약 스무번에 걸쳐 나간 도쿄의 주말은 저자에게 또다른 일본을 선사하고 독자들도 저자의 눈으로 기존에 갖고 있던 도쿄의 인상을 지워나간다. 세련된 도시의 모습과 트랜드와는 다른, 소박함이 더 앞서고 애착이 더 담기고 애정이 넘쳐나는 특별한 여운은 오롯이 독자들에게도 전달된다. 스토리텔러로서 저자의 표현력이 참 반가울 뿐이다.
도쿄 근교를 산책하면서 바라본 일본의 모습들, 향토음식이나 인상 깊게 감상했던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소설 등을 소개하며 일본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바라보는 일본문화에 대한 글도 눈여겨 볼만하다. 정겨움과 저자의 정서는 세련된 카페와 베이커리보다는 정겨운 노포와 선술집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더 편안하고 더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감정적 여유를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도쿄를 조금만 벗어나도 극적으로 풍경이 바뀐다는 저자의 표현은 그래서 더욱 설레고 또 궁금증을 자아낸다. 즐거운 산책기를 혼자 보면 아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