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가 사는 법 - 대한민국 남자들의 7가지 행복 리스타트
이경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늦은 아침을 맞이하는 내게 와이프가 제발 술 좀 그만하라고 타박한다.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 좀 차리려고 집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샷추가한 아메리카노를 앞에 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에 도로변에는 후줄근한 옷차림에 땟국물 가득한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가 삶에 찌든 주름의 무게감 속에서 자그마한 좌판을 벌여 사과, , 감 등을 올려놓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1시간 정도 있었을까? 처음으로 한 아줌마가 배와 감을 사가는 모습이 보이면서 속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수없이 되뇌어 본다.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내 미래의 모습과 다를게 뭐있을까하는 절망감과 안타까움에 무의식적으로 나와 동일시 했었나 보다.

 

영원히 젊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이듬과 인생 뭐 있어?’하는 시니컬한 생각은 한참 늦게 올 것이라 생했다. 하지만 어느새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이 왔다. 부동산투자니 주식투자니 친구들과 떠들던 재테크 노하우도, 침튀기며 하던 골프 얘기도 어느새 잦아들고 이젠 하나같이 와이프와 애들과의 관계설정이 만만치 않다는 걱정과 언젠가 짤릴 것이라는 명예퇴직의 압박이 눈앞에 닥치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시기가 됐다. 구구절절이 표현했지만 한마디로 중년의 무기력함이 닥친 것이다. 내게....

 

중년은 창피한 것도,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맞닥뜨리는 시련아닌 시련의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탈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적응의 명제가 아닐까?

그래서 중년에 대한 책들은 늘 눈길이 간다. 새로운 틈새시장으로서 독자층을 발굴하려는 출판사의 마케팅의 산물이라 하더라도 고립된채 고민을 속시원히 해결할 방법이 없는 내게 그런 책들은 훌륭한 힐링이 되어준다. <옆집 남자가 사는 법>은 바로 그런 책이다. 우리네 주변에 널려있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모습,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그런 삶의 교집합 같은 부분을 짚어주는...

 

저자 역시 나처럼 마흔이라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새로운 시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겪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마흔이후의 남자들에 대한 책을 다수 저술했다. 그리고 마흔을 넘어선 우리 남자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위한 7가지 팁을 알려준다.

 

쇼핑, 애완동물 키우기, 가사일 하기, 운동, 여행, 추억, 소통 등 7가지 행복 팁은 그만큼 우리 남자들에겐 생소한 분야일 것이다. 남성위주의 유교적 전통 속에서 전해져 온 무의식 속에 남과 여에 대한 구분은 쇼핑이나 가사일을 여자만의 전유물로 여겼을테니 말이다. 애완동물 키우기는 귀찮은 일이었을테고 운동은 젊을때나 하지 나이들면 관절 작살난다고 기피했을테고, 여행이나 추억, 소통등은 바쁜 직장생활 속에 그런거에 신경쓸 틈이 있었겠냐고 변명할 것이다.

안해 본 것을 억지로 하면서 굳이 행복을 이끌어 내라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새로운 것을 해본다는 것이 결코 큰 결심을 요구하거나 번거로움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새로움 속에서 반복되어진 일상으로 사그라 들었던 감성의 회복은 물론, 잊고 지냈던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소중함을 얻게 되는 것이리라.

 

고양이 키우기에 대한 관심을 늘 갖고 있었지만 결국 실행까지는 이르지 못했단. 아직은 살만한 중년인가 싶지만 헬스에 대한 욕망까지 언급할때면 마치 작가가 나 아닌가 싶을 정도로 행복에의 팁이 중복되는 것이 많다. 그만큼 저자의 관심과 연구가 대부분의 중년남성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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