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경제학 - 메마른 경제학의 공식을 허무는 감성탑재 실전지식
윤기향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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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자본주의 체제다. 자본주의는 돈이라는 화폐로 대표되는 금융과 실물부문을 양축으로 하는 경제의 운영방식 중 하나다.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자본주의라면 공동생산, 공동분배 등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공산주의(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하지만 대략적인 방식에서 말이다)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본주의의 시스템적 본성이나 가동 방식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단지 내가 먹고 사는거에 대한 관심선에서 자본주의를 이해하려 하고 바라보려 할 뿐. 그런데 이 자본주의는 우리의 행복과 자유를 때로는 심하게 침해할 때가 있다.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는 바로 앞서 언급한 인간의 행복과 자유를 원치 않음에도 강제로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제의 속성,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 운명을 바꿀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경제에 관한 학문인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현실에 기반한 연구보다 복잡한 수식과 도표를 통해 자신들만이 이해 가능한 경제이론을 발표하고 주장하면서 나타나는 부담도 경제에 대한 관심을 꺾는 요인중 하나다.

 

최근에는 이렇게 경제에 대한 무관심이나 지식부족을 우려한 나머지 많은 경제학자들이나 관련 분야 연구인력 등 종사자들이 경제원리와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론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들이 많이 발간되어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시스템적 문제에 기반한 희생양이라고 깨달은다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결국 경제를 얼마나 잘 알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갈래길에서 당초 가지 않은 길이 제대로 된 길일수도 있는 것이다.

 

<시가 있는 경제학>은 오랜 기간 경제학을 연구해 왔고 현재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임중인 저자가 시, 소설 등에서 나오는 유명한 문구를 인용, 비유해서 경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하는 책이다.

 

자본주의의 특징이자 공포의 대상인 공황 등 경제위기가 갖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분석하고 설명하면서 이 상황에서 고통받는 민중의 삶과 운명을 들여다 본 문학작품(초원의 빛, 분노의 포도 등)을 챕터 말미에 소개한다. 저자의 인용은 비단 시에 그치지 않는다. 가수 이소라가 불러서 유명해 진 노래 바람이 분다는 아시아 경제위기 속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숱한 실업자들의 비참한 삶과 말로를 설명하는데 인용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문학작품을 등장시키며 경제위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과 양적완화(프로스트의 가지않는 길’), 일본의 거품경제 이후 불어닥친 잃어버린 20과 미국식 양적완화를 지향하는 아베노믹스 등 일본의 경제위기와 대응상황도 쉽게 설명해 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IMF 구제금융체제 돌입 등도 다루고 있으며 실체 없는 구호로 전락한 경제민주화에 담긴 경제정책의 정체성도 살핀다. 특히 중국의 발호와 이에 대한 미래 예측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은 경제에 대한 국내외 상황과 역사적 에피소드를 상당히 알기 쉽고 편하게 이해가 가능토록 배려한 부분이 많다. 그만큼 저자가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인식할 수 있음은 물론 굳이 문학작품을 등장시켜가며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시장을 중시하는 신고전학파의 경제이론은 물론 반대선상에 있는 정부 주도의 케인지언의 이론까지 비교적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몫도 남겨놓은 부분은 결국 이 책을 통해 경제에 대한 생각을 촉구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연상되듯 일정 수준이상으로 소득증가가 이뤄지면 더이상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지향하고 성장이 우리의 삶을 윤택해 질 것이라는 공허한 구호보다 좀 더 사회문제로 고착화 되어가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평한 소득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가야할 미래를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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