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신의 회사를 망쳤습니다 - 현직 컨설턴트의 고백
카렌 펠란 지음, 김우리.정종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된 지금 누구나 마흔을 넘어서면 곧 회사에서 나갈 것이란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화되고 곧 당연한 것처럼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 대게 자영업을 생각하면서... 이 과정에서 창업의 고뇌를 겪으며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으며 확신을 갖기도 하는데 주변에서는 한마디씩 한다. ‘그 사람들 조언대로 무조건 성공한다면 왜 그 사람들이 직접 사업을 하지 너한테 알려주냐?’... 맞는 말이다. 나라도 성공에 확신이 드는 아이템이라면 내가 직접 뛰어들지 왜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겠는가?

 

이런 상황을 기업의 사례로 확장시켜 보자. 어느새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극심한 시장경쟁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하자 회사 오너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와 자신의 회사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위기상황을 탈출할 수 있을까 자문을 요청한다. ‘경영컨설턴트로 불리우는 하버드, 예일 등 세계적인 명문대 출신인 전문가들은 전략기획이니 핵심역량이니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해 가며 기업개선 포인트를 제시한다. 대단하다. 당장 실행하면 개선은 물론 우리 회사가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듯 싶다. 하지만? 그런 컨설팅을 받아서 누구나 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면 왜 도태되고 파산하는 기업이 생기겠는가? 이쯤되면 경영컨설팅의 효율성은 물론 컨설턴트의 능력을 제로베이스에서 보수적으로 검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제가 당신의 회사를 망쳤습니다>는 이처럼 외부 전문가의 경영컨설팅이 화려함 뒤에는 정작 속빈 강정임을 현직 컨설턴트의 양심고백(?)을 통해 낱낱히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기업을 회생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법이 현장에 있고 구성원인 사람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자신이 미국내 유수의 경영컨설팅 회사들에 몸담으면서 직접 겪었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타당성에 방점을 찍는다. 수치와 엑셀로 만든 자료 등에 집착해서 서류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법을 제시해 봐야 현장을 도외시한 진단은 결코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될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건강한 조직이란 결국 구성원인 종업원들이 회사내의 만연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충분히 피드백함으로서 스스로 해결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해당 회사에 대한 서류상 정보외에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컨설턴트들의 도식적이고 한계를 보이는 컨설팅으로 조직의 장미빛 미래를 결코 보장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영컨설팅을 받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문제점에 대한 난상토론과 해법 모색을 반복함으로서 자신들의 일터를 유지 내지 확대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경영 그루들이나 컨설팅사들의 제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결코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저자는 독자들을 설득해 나간다. 그래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게 가져가면서 현안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접근한다면 똑똑한 경영컨설턴트의 진단에만 의존하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18년전, 처음 회사에 입사하였을때 봤던 보고서가 떠오른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건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며 소장학자로서 각광받는 그가 진행한 미래 전망과 경영컨설팅이 담긴 이 책은 나온지 일년도 안돼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우리들 책상에서 사라졌다. 똑똑한 것도, 높은 학력도 필요없었다. IMF라는 초유의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에 기반하지 않은 분석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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