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았습니다 - 김근태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1
최용탁 지음, 박건웅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고 다가올 2012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지난 20111230, 대한민국은 짧지만 격렬하며 영욕을 겪어왔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투사요 산 증인이었던 한 인물을 보냈다.

 

김근태,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대표적인 피해자로도 유명했으며 독재와 군사정부 시절 오직 민주화 하나만을 바라보고 빈곤층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애써왔던 그는 결국 고문의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짧은 제도권 정치 이력을 마지막으로, 아직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오롯이 서 있어야 할 그가 떠났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남영동 1985>는 그와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대한 영화로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당시의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를 위해 애쓰던 많은 이들을 혹독한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의 악명에 치를 떨기도 했다.

 

<당신이 옳았습니다 김근태 이야기>은 김근태님 별세 1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일생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투쟁해 왔던 이야기이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영민한 머리와 역사의식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직시해 왔던 그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와 노동자 서민층을 짓누르는 현실을 바꾸기로 다짐한다. 최고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수재였던 관계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에 울분을 느끼더라도 참여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면 지금쯤 사회 지도층이 되어 진정한 부와 명예를 누릴수 있었건만 그는 결코 자신만을 위한 길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의 이러한 이상과 현실과의 투쟁을 그려낸다. 평생을 같이 한 인재근 여사와의 인연도 있었지만,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던 지난 7,80년대 지명수배로 인한 도망자 신세와 투옥으로 인한 고문 속에 무너져 가는 그의 신체는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부채임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비단 김근태 한분만의 노고는 결코 아닐 것이다.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노력과 희생에 김근태라는 화룡점정이 이뤄졌기에 민주화가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현재를 살아가는 나 개인적으로는 깊은 회한과 부끄러움이 들기만 한다.

 

치열한 투쟁과 갈등 끝에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민주주의를 스스로 일궈냈다. 찾아보라! 미국과 서구 유럽을 제외하고 세계 그 어디에서도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민주화 열망이 군사정부에서 민간으로 자연스러운 정권 이양과 민주주의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낸 국가가 있는지 말이다.

 

그 성과는 김근태님의 노력과 일반 대중의 열망이 일궈낸 아름다움 그 자체였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시켜가고 있다.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으며 전과이력도 있는 이를 지금 우리 집값, 땅값을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뽑아주는 우매함을 보였으며 독재 치하 속에서 신음했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막연히 당시 독재이긴 했지만 경제가 개발되던 시대라 먹고 살만 했다는 자기 최면 하에서 독재자의 딸을 뽑음으로서 국제사회를 아연실색케 했다.

 

그토록 애썼던 민주주의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자신이 세상을 뜬지 1년도 안 돼 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있었던 인물의 딸을 열광적으로 뽑아주는 국민들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목사가 되었으니 자신은 충분히 속죄했다고 말하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나와 자신의 고문을 시대 탓’, ‘애국운운하며 변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근간이 훼손될 위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한시대를 살아간 위대한 정치가의 운명에 애도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에 대한 부채는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는 그의 말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