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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평점 :
20년 넘게 다니는 내 회사의 창밖으로는 저 멀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고급 아파트의 효시격으로 부의 상징이자 입주민의 사회적 지위 역시 상당함을 드러내는 하나의 징표가 되었다. 아파트가 브랜드화되고 고급 아파트가 속속 도입되면서 그동안 초고속 질주 속에 성장한 한국경제를 상징하듯 아파트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자본주의의 혜택이 홍수처럼 밀려왔고 여기에 속하지 못한 이들은 이 아파트를 바라보며 자신의 성공과 서열 상승을 꿈꿔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벨탑 공화국>은 한국의 정치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냉철한 분석으로 정평이 나있는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의 신작이다.
저자는 한국사회를 욕망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탐욕으로 점철된 신분상승욕구와 치열한 경쟁의 지난한 결과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과 탐욕의 해피엔딩이 바로 높은 아파트나 고급 주택을 소유한 자들의 모습이다. 결국 아파트는 거주자의 신분을 나타내며 결국 집도 서열화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편가르기가 아닐까? 90년대 중반 분당으로 이사가셨던 큰 누님이 아파트 단지마다 차별화된 분양가로 거주민과 그 자녀를 평가하던 잣대에 놀라고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서열을 나누는 국민들이 있을까 하는 정도다. 그래서 그러한 끝을 모르는 탐욕을 바벨탑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상생보다 건전한 경쟁 속에서 이기는 자가 가지는 '탐욕'을 건전한 상식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있다고 한다. 바벨탑 공화국의 구성원들은 서열과 이익에 집착하고 이를 자식세대 까지 물려주려는데 악착같고 집요하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SKY케슬>에서도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공부시켜 지금의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고군부투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 심해진 것은 가진자의 민낯을 그대로 차용하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마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작은 바벨탑을 세운다는데 있다. ‘승자독식’의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이들의 모습에 부러운 나머지 소외된 일반 서민들의 마음도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수직적 발전 보다 수평적 발전이 건강한 사회를 회복하고 이어 나가는데 중요한 요인이라면 바로 이 책이 그러한 부분을 그 어떤 책보다 독자들에게 더 잘 이해시키고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