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 글쓰기 특강
주성철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2월

한 때 국내 개봉되는 모든 영화를 보고 말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나름 한량(?)시기인 군대가기 전 대학생 시절의 얘기인데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홀로 스크린을 바라보며 느끼는 희열은 나만의 즐거운 데이트였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1990년대 초,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영화 잡지 키노는 영화를 사랑했던 날 추억하기 위한 소품이자 지독하게 많은 텍스트와 난해한 비평은 영화를 킬링타임에서 한단계 더 올라선 대중예술로서 수용하는데 통과해야 할 의례처럼 여겨졌다.

영화비평은 그래서 더 매력 있고 초당 24프레임의 필름 속 이미지를 텍스트로 풀어내는 지난한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은 국내 영화 관련 잡지로 대표적이었던 키노, 필름2.0, 씨네21 등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저자가 영화라는 특정 분야를 한정해서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알려주는 책이다. 숱하게 많은 글쓰기 책들이 있지만 영화라는 장르에 국한해서 전문적인 글쓰기를 언급한 글이나 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그만큼 영화비평은 많은 기자들이 쓰고 있지만 정작 영화비평의 작법에 대한 체계는 잡혀있지 않았다.

저자는 영화비평 분야에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대중예술분야로서 영화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전세계 영화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이 커졌고 그만큼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모으고 영화를 이해하는 의견의 분출구로서 영화전문 잡지의 등장은 환영을 받았다. 초창기 영화 잡지들은 열렬한 독자층을 형성하였고 그만큼 영화 기자들은 비평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접근했었다. 그 당시 치열한 노력과 정성 끝에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니게 된 저자는 지금까지 영화비평을 해오면서 가졌던 글쓰기의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영상이라는 이미지를 비평으로 텍스트화하는 어려움은 저자를 비롯한 영화기자가 아니면 아마 모를 것이다. 그만큼 영화비평은 매력적이고 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영화비평은 영화비평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이 있고 배우, 감독 등을 인터뷰할 때 주의사항 등은 이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굳이 영화비평 글쓰기만이 아니라도 끊임없이 메모하고 검색을 통해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라는 점은 글쓰는 자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영화 글쓰기는 본인의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가 영화비평을 쓰면서 대상을 삼았던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도 여러모로 반가울 뿐이다. 이 책은 한때 영화광이었던 내게 예전 영화잡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부수입(?)도 안겨주었다. 영화비평이 활성화되어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데 이 책이 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