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이 두려울 때
김종선 지음 / FIKA(피카)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 내게 언제부터인가 그 단어는 설렘에서 흔하디 흔한 활자로 받아들여지게 됐을까? 유부남인 지금 가족을 지키고 아내를 사랑하며 두 딸의 학업과 사춘기의 통과의례에 대한 고민은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의지이지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설렘이 동반되는 그 사랑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랑은 내게 과거의 흔적과 감정의 굴곡들을 다시 돌아봐야 하게 만들고 오랜 세월 속에서 어느새 옅어져 버린 기억(추억이라고 하기에도 세월이 너무 흘러 버렸다)을 떠올리는 것도 이미 떨어져 가을비에 눅눅해져버린 낙옆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란 책을 펼쳤다는게.... 아직 사랑에 대한 순수함, 열정이 남아 있었을까? 이유야 어떻든 아직은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 사망선고와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보다. 108개의 이야기, 공중파 라디오 방송작가인 저자가 풀어내는 사랑의 이야기들은 깊어가는 가을밤 홀로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아련한 추억, 사랑에 대한 열띤 감정, 아픔, 그리움, 슬픔 등 온갖 희로애락을 담은 우리의 이야기이자 바로 내 흘러간 과거의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분석(=서평)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작가가 풀어내는 108가지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처음부터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이별의 순간, 그리고 흩어지는 기억의 편린 속에서 오롯이 남아 있는 사랑했던 그 때의 추억들을 기억으로 형상화 시킨 모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삽화 속 남녀의 모습은 사랑했던 당시 나와 그녀, 나와 그이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애틋했고 그래서 데이트 후 헤어진 그날 밤 보고 싶었기에 그리워했던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사랑했던 연인이 다투고 이별하고 또 오랜 이별 후 문득 생각나는 모습은 나와 마찬가지다. 그녀와 같은 모습이다.

 

가을이라는 옷깃을 더욱 여매고 움츠리게 되는 계절에 우리는 지나간 사랑을 더욱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봄이 생동감을 선사한다면 가을은 결실을 맺지 못한 낙옆이 존재하기에 아픈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사랑에 대한 내 가슴속 파편화된 존재들을 일으켜 세우고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마치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사랑을 그대로 파묻어 버리지 말라고... 나와 인연이었던 그녀들은 이 책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 함께 있었던 그녀들도 추억 속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나와 같을까? 궁금하다.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사랑은 맞기나 했는지 말이다. 이 책을 봤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