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시대 -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기의 여행담
마크 젠킨스 지음, 안소연 옮김 / 지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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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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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세계 뉴스를 기다리는 일. 그것은 15분 간격으로울리는 커다란 괘종시계 같았다. 그 무렵 그토록 느리게 뛰던 내 심장의 괘종시계, 주저함 없이 가장 비참한 상태로 향하는 세계의 괘종시계.
p.20

내가 숨을 쉬어야 하듯, 말하는 것은 그와 같은 일이다. 그런데 말을 하면 현실이 사라져 버린다. 숨결로 지은 감옥은 아주 견고한 것은 아니다.

p. 23
프랑스식 전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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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몇 주만의 리스트인지 가물가물하네요. 새로 나온 책들 중, 3페이지 안 되는 목록에서 간추린 리스트입니다. 리스트에는 붙이지 않았지만, 이미 독서 완료한 책들도 있어요. (북플에 입력해 두었으니, 천천히 밑줄 긋기 기록할게요. 좀 시원해지면 밀린 밑줄 긋기랑 리뷰 도전해봐야겠어요. 소장한 책 사진 찍기도 그때T_T)

 

 

깨어남 - 김중만 사진 Ⅹ 유진목 헌시

l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
이번에 출간하는 특별판 3종 《편두통》《깨어남》《뮤지코필리아》는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올리버 색스의 작품이 지닌 힘을 보여준다(각 300부 한정 출판). 세계적인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을 표지로, 북디자이너이자 설치미술 작가 안지미가 북디자인을 하였으며, 새로운 시 영역을 거침없이 열어가는 3인의 젊은 시인(박연준, 유진목, 황인찬)이 오직 올리버 색스와 그의 작품만을 위해 헌시를 썼다.
《깨어남》은 1920년대의 유행병인 수면병에 걸려 수십 년간 ‘얼어붙은’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올리버 색스는 수면병 환자들의 치료 과정과 더불어, 환자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연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환자들은 죽음과 같은 질병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으며, ‘기적의 신약’ 엘도파로 인해 ‘깨어남’을 경험하는 순간 자신의 잠재된 개성을 드러냈다. 또한 엘도파 투약 후 하나같이 부작용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후 이들의 이야기는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사랑의 기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다큐멘터리와 라디오극으로도 제작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뮤지코필리아 - 김중만 사진 Ⅹ 황인찬 헌시

l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
《뮤지코필리아》는 올리버 색스가 2007년 발표한 작품으로 뇌와 음악에 관한 기이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그의 주특기인 병례사적 서술이 완숙기에 오른 텍스트로 평가된다. 올리버 색스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쓴 이후 채 2년이 안 되어 안구암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황인찬 시인은 작품 〈사랑과 자비〉에서 계절의 풍경을 대비시키며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쓸쓸하게 노래한다. 이 시를 통해 완숙기의 경이로웠던 올리버 색스를 추억하는 동시에, 그 없는 세상의 허전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편두통 - 김중만 사진 X 박연준 헌시

l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 
《편두통》은 올리버 색스가 37세에 발표한 첫 번째 책으로 그의 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사실 그는 34세 때 2주 만에 이 책 초고를 탈고했으나, 당시 클리닉 원장이 시샘하여 책 출간을 막았다. 그러나 올리버 색스에게는 학문적인 진리와 더 많은 환자의 치료가 우선이었고, 결국 그는 해고당하고 만다. 책 출간을 택한 것이다. 《편두통》에 수록된 박연준 시인의 헌시〈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달리는 고속도로〉는 올리버 색스의 이런 면모를 포착해낸다. “진리에 앞선 홀림,/ 이 과도한 사랑// 빛은 흔들리고 부서질 때 아름다움을/ 모든 치유의 열쇠는 사랑임을/ 주워요, 당신의 종이 위에서”. 세상의 편견과 부당한 압력에 맞선 올리버 색스의 모습은 박연준 시인의 작가적 초상과 겹치면서 특별한 울림을 준다.

 

경솔한 여행자


‘프랑스 SF소설의 선구자’ 르네 바르자벨의 대표작 《대재난》을 잇는 또 하나의 걸작 SF 《경솔한 여행자》가 출간됐다. 전작(前作)의 중심 주제들을 이어받으면서 ‘시간 여행’을 핵심 테마로 삼는 이 소설은 오늘날 SF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임패러독스’, 그중에서도 ‘할아버지 패러독스’(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조상을 살해하면 시간 여행자는 태어날 수 없게 되고, 그렇다면 시간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조상을 살해할 수 없다는 역설)를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1793년부터 10만 년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시간 여행자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경솔한 여행자》는 과학기술문명의 종말과 원시사회로의 회귀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은 《대재난》에 비해 좀 더 경쾌한 필치로 쓰였으나, 인류의 행복과 유토피아, 시간과 존재론의 문제 등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르포히스토리아 - 서대문형무소에서 팽목항까지


이 책은 30년간 현대사의 현장에서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현장 40곳을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 얽힌 사람과 사건을 기록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기자적 현장성을 살린 ‘르포’를 묶어 70년에 걸친 파란 많은 한국의 ‘히스토리아’를 드러냈다. 해방의 환희와 분단의 설움이 교차한 1945년 8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의 처절한 민낯을 드러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의 팽목항에서 마무리되는 현장 방문을 통해 저자는 과거를 해설하고 현재를 고민한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 사진과 현장의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 50장을 수록해 현장감을 살렸다.
해방이 분단과 독재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저항을 쿠데타의 총성으로 잠재웠지만, 결국 항쟁을 통해 민주와 통일을 실현해온 한국 현대사는 또다시 돌아온 ‘나쁜 나라’와 여전한 가해자의 위세 앞에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채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다짐을 제안한다. 역사와 진실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부터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르포히스토리아'가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다.

 

마음의 병과 치료법

- 최신 진단 기준에 근거한 마음의 병 - 증상.원인.치료법 l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99
‘마음의 병’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이상한’ 질병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27.6%는 평생 중 한 번 이상 정신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알코올 관련 장애와 니코틴(담배) 관련 장애, 수면 장애 등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짐작하던 것보다 정신 관련 장애가 우리 사회에서 아주 흔한 일임을 보여 준다.
마음의 병은 증상과 그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수면 장애,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또 선진국일수록 새로운 유형의 마음의 병에 걸리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아,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마음의 병은 더욱 널리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반양장)

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2
이번에 초역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은 전작들과는 다른 특성을 더해 푸익의 색다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뉴욕이라는 외국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푸익의 소설 중에서는 유일하게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초고가 쓰였다. 이는 푸익이 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아르헨티나의 정치 상황에 회의를 느끼고 오랜 세월 여러 곳을 떠돌며 망명 생활을 했다는 점과 관련지어볼 수 있다. 푸익은 1976년부터 뉴욕에 머물며 한 미국인 청년과 계약을 맺고 돈을 지불하면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을 변주하여 이 작품을 집필한다.

이 작품의 제목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또한 이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소설은 ‘이 글’이 어떤 글인지,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지목해주지 않는다. 프랑스 소설책에서 래리가 해독한 첫 구절이 ‘malediction… eternelle… a… qui lise… ces pages(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이라는 점에 미루어보았을 때, 라미레스의 암호화된 글을 읽는 래리가 저주를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고정된 해석은 아니다.
푸익은 이 작품의 해석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작품의 제목, 라미레스의 옥중 수기, 거짓과 진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한 두 사람의 대화, 그리고 마찬가지로 불분명한 두 사람의 정체성까지.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고, 절대적인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모두의 노래


사랑의 시인, 저항의 시인,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중남미 민초들을 대변한 칠레의 외교관 · 정치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작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네루다는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칠레를 위시한 중남미의 역사, 정치적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 소박한 일상에 대한 반추 등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이다. 한국에서도 네루다가 등장하는 소설과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랑 시가 인기를 끌며 네루다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나, 그의 대표작인 『모두의 노래』는 완역되지 못했었다.
작품의 방대함과 난해함, 중남미의 역사와 자연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지역의 특수성 등이 번역, 출간의 장애 요인이었다. 그렇기에 중남미의 자연과 역사, 문화에 정통한 옮긴이 고혜선은 주석을 꼼꼼히 달아 이해를 도왔다.
네루다가 자신의 최고 역작이라고 꼽은 『모두의 노래』는 총 15부 252편으로 엮인 대서사시로 네루다 특유의 역사의식과 만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대표 시집이다. 대부분의 역사서가 아메리카에 대해 언급할 때, 아메리카 발견 이전의 마야 · 아스테카 · 잉카 문화를 간략히 언급하고 유럽인의 진출 이후부터 상세히 기술한다면, 네루다는 아메리카의 시원에서부터 역사서가 기술하지 못한 1950년대의 현대사까지 ‘노래’한다.

 

벌레 신화

l 민음의 시 225
『벌레 신화』를 통해 시인은 세계의 쏟아지는 폭력에 대해 등을 말고 웅크린 채 견디는 식물적 능동에 대해 말한다. 비극적인 현실을 살아 내기 위해 환멸을 끌어안고 더욱 적극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방식을 택한다. 땅바닥에 가장 낮게 엎드린 벌레의 목소리로 이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유에서 유

l 문학과지성 시인선 488
중첩되는 단어와 시구 들이 밀어붙이는 리듬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놀이”(권혁웅, 문학평론가)이기에 오은, 그의 말놀이는 한가로운 피크닉 장소에 떨어진 폭탄처럼 평온함을 뒤엎고 전에 없던 흥겨움을 터뜨린다. 말놀이로 일궈낸 신나는 한 판이 오은의 시어들 속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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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도착했던 책 사진이에요.

6월의 책은 조만간 올립니다. (박스 아직 안 뜯었습니다.)

세 권의 책은 읽었고, 나머지 책은 아직 펼치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독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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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리스트만 올리고 있습니다.(;) 리뷰는 무기한 잠수 중이고, 밑줄 긋기는 지금 준비 중이에요. 책 읽을 적에는 오로지 책만 읽는 터라(인상 깊은 부분에는 종이 끼워두기), 뭐든 기록은 나중에 하고 있습니다.

리스트 작성 전에 호기심 갔던 책들이 많았지만, 오프라인 확인 후 실망하고 만 책들은 다 뺐습니다.

프리다 칼로 책은 앞 리스트에 슬쩍 붙였어요.:)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 젊은 시인 12인이 털어놓는 창작의 비밀
차이 또는 일치 사이의 간격

 질문에 답한 시인들의 글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 묘하게 일치하는 지점들도 보인다. 예를 들어 ‘시가 오는 순간’에 대한 답변들을 보라. 일부는 시란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일부는 시가 문득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시는 찾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찾아오는 순간의 과정과 조건이 시인 따라 다르다. 차이 또는 일치 사이에 나타나는 제각각의 간격은 12명의 젊은 시인들이 각자 다른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바탕일 것이다.

 

 

 

 

 

비유의 바깥

l 문학동네 시인선 83
문학동네시인선 83권.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장철문 시인의 네번째 시집이다. 그가 8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비유의 바깥'에는 다섯 개의 매듭으로 엮여진 총 51편의 시가 담겨있다.

 

 

 

 

 

 

 

 

 

 

 

인간의 증명

- 추억이 만들어지는 시간 l 증명 시리즈 
일상의 평범한 존재와 평범하지 않은 이질적인 존재와의 어찌할 수 없는 인연과 숙명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 소설 속 어느 화자의 말처럼 “인간은 약자와 타협하지 않는” 혹은 “약한 것들을 사냥하는” 족속일 뿐인가? 과연 그러한가? 『인간의 증명』은,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러 혐오 범죄가 발생하고 사회적 약자가 죽어나가는 현 상황과 작품 속 마지막 장면이 우연찮게 겹쳐지며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도쿄에서 세 시간여 떨어진 유리가하라 고원, 이곳에서 나호는 카페를 열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시골 마을의 생활도 사람들도 모두 낯설기만 한 나호이지만 고원의 신선한 재철 재료에 감탄하며 그날의 런치 메뉴를 준비하고, 자신만의 고민거리를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만들어주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나호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조금씩 찾아간다.
무엇을 위한 속도인지도 모른 채 휩쓸려 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게 된 파란 하늘의 시원함을 닮은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는 녹음이 짙어져가는 이 계절에 담백하면서도 마음에 보약이 될 소설이다.

 

비 온 뒤


《비 온 뒤》는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작가’로 수식되는 거장 윌리엄 트레버의 중기 편 모음집이다. 총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중 <티머시의 생일>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에서 테마 소설집 《버스데이 스토리》를 기획, 편역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 중 하나이다.
하루키는 작품해설을 통하여 트레버 소설의 특징을 “불필요함 없이 적확하고 생생하며 아름다운 묘사, 설정한 인물의 흔들림 없는 정교함, 칼 같은 날카로움과 불가사의한 부드러움을 동시에 품은 소설적 시선”이라 설명했다. 이렇듯 트레버의 작품에서는 최소한의 단어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고, 작중 인물들에 거리를 두되 연민의 시선을 잃지 아니하며, 솜털 하나 큰 숨 한 번까지 느껴지게 하는 섬세한 묘사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진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 삶의 마지막 순간, 손끝에서 피어난 한 점의 그림
가톨릭 성직자들 묘지 입구에는 라틴어 “Hodie Mihi, Cras Tibi(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해석하자면 “오늘은 내가, 내일은 당신이”라는 뜻이다. 수수께끼처럼 들리겠지만, 이 말은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격언이다. 오늘은 내게 죽음이 드리워져 이렇게 누워 있지만 내일은 바로 당신의 차례라는 것이다.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여기 ‘기억하고’ 싶은 죽음들, 하지만 죽음조차 그 예술혼을 사그라뜨릴 수 없어 시공간을 초월해 ‘기억되는’ 화가들이 있다.
그림을 다리 삼아 세상을 통과해온 미술 저술가, 이유리는 예술가들이 남긴 빼어난 예술작품, 그중에서도 유독 ‘화가의 마지막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생의 끝, 가장 아름답고 치열한 시간에 화가의 손끝에서 피어난 그림 한 점엔 쉬이 껴안지 못할 삶의 진실이 녹아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실제로 화가의 마지막 그림 안에는 죽음이 임박한 순간, 그들이 무얼 예감했고 무얼 목격했으며 무슨 메시지를 최후로 남기고 싶었는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양 목에 방울달기


유행의 작동 원리를 알아내려는 사람들

 사실 유행하는 것 중 많은 것들이 이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것들일 수 있다. 하이텍의 연구개발부에 있는 샌드라 포스터는 유행에 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이지만 갖가지 유행을 따라하는 ‘부서간 연락 보조원’인 플립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심지어 혐오가 유행이며,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플립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이런 면에서 코니 윌리스의 소설 《양목에 방울달기》는 유행, 어쩌면 혐오 유행에 관한 소설이다. 20년 전에 이 소설이 발표될 때 미국 사회는 ‘흡연 혐오 유행’의 시기였다. 그리고 작중 샌드라의 희망섞인 예상과는 다르게 오늘날 그 유행은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으며, 대한민국에도 상륙했다. 게다가 샌드라는 ‘흡연 혐오’를 넘어 ‘혐오 유행’ 전체의 특성을 지적하는데, 그런 식으로 친다면 대한민국에서 혐오는 늘 유행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양목에 방울달기》는 유행의 작동원리를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1920년대 미국의 단발머리 유행의 기원을 찾는 사회학자 샌드라와, 정보 확산에 관한 혼돈 이론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베넷이 만나서 유행의 근원과 유행이 퍼져 나가는 방식을, 혐오 유행의 혼돈 속에서 찾는다. 소설 속에서 유행하는 혐오는 ‘흡연 혐오’이지만,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 병, 캔, 상자에 담긴 쾌락
이 책은 수많은 익숙한 제품들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카카오나무에서 난 쓴 열매가 달콤한 ‘허쉬 초콜릿’이 되기까지, 의례 때나 가끔 피울 수 있었던 담배가 종이에 포장되고 담뱃갑에 담겨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되기까지, 도축장 부산물에서 나오는 젤라틴이 ‘젤로’라는 전에 없던 상품이 되기까지, 목소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축음기가 발명되고, 거듭된 발전을 거쳐 오늘날 MP3 플레이어가 출시되기까지의 이야기 등 익숙한 것들이 어떤 기술발전과 마케팅을 거쳐 지금 우리 곁에 오게 됐는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오랜 시간 수집한 귀한 자료들을 하나씩, 마치 이야기하듯 설명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한다.

 

 

 

빈 배처럼 텅 비어

l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김소연 (시인) 

 


: 최승자는 여성이라는 주체가 얼마나 아프게 탄생되어야 했는지를, 사랑의 서사를 통하여 아픈 모습 그대로, 실패한 모습 그대로 드러냈던 시인이었다. 아버지를 초월한 여성, 남성의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으로서 출생신고를 한, 우리 시대의 첫 번째 시인이었다. 시인은 악을 쓰며 산고를 치르는 어미였고, 동시에 공포 속에서 태어나고 있는 아기였고, 동시에 아기를 받아 안던 산파였다. 혼자서 그렇게 태어났다.

 

 


 

 

 

 

 

 

 

 

 

 

 

 

 

<성벽 안에서―페라라의 다섯 이야기>는 부제에 나타난 대로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를 배경으로 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집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페라라에 관한 두 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는 이곳이 중세 르네상스를 꽃피운 데스테 가문의 본거지였고, 장편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를 노래한 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고향이기도 했던 문화적 도시라는 사실이다. 또하나 르네상스 이후 페라라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20세기 초 파시즘의 열풍이 불면서라는 점이다. 파시스트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된 1922년 파시스트의 로마진군을 주도한 세 사람 중 하나인 이탈로 발로가 페라라 출신이었다. 이는 이탈리아 북부의 파시즘이 창궐했던 여러 곳 중에서 페라라가 차지하는 악명 높은 위상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소설집은 이런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읽을 때 진가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작가가 처했던 특수한 상황 또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다. 작가는 페라라의 부유하고 유서 깊은 유대인 가문에 속한 사람이었다. 과거 사보이아 왕가에서는 유대인들을 우대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폈고 따라서 이들 유대인은 자신이 무엇보다 이탈리아인임을 의심하지 않고 나름의 삶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1938년 인종법이 공포된 이후 페라라 유대인의 운명은 하루아침에 바뀐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며 분리와 배제, 소외와 핍박의 싸늘한 시선에 늘 노출되는 신세가 된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기억의 작가’답게 오늘날 이탈리아 현대문학사에서 전쟁 희생자, 죽음, 유대인, 동성애, 노동자계층 등 단절/소외/차별의 분열지대에 놓인 역사적 개인을, 개인의 역사를 바사니 자신이 겪은 자전적 체험과 더불어 녹여낸, 그의 문학세계의 완숙미와 절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말미에 부록으로 자세한 작가 연보와 페라라 지도를 실어, 작가와 함께 격랑 속에 있었던 페라라의 신화적 장소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여로를 면밀히 따라가볼 수 있도록 했다. 유대교 회당과 무덤, 마치니 거리와 조베카 대로, 에르콜레프리모데스테 대로와 성벽이 있는 공원 등 페라라 곳곳을 문학작품 안에서 기념비적으로 눈부시게 조명했던 바사니는, 이제 페라라의 역사적 인물이 되어 그의 이름을 딴 공원이 생겼을 정도다.

바사니의 문체는 결코 음울하지 않다. 격정도 눈물도 없다.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하다. 이 작품의 주조음은 슬픔과 절망이 아니라 고독과 침묵이다. 정교한 플롯과 영화적 미장센, 격조 높은 심미적 묘사를 통해 바사니는 파시즘 시대의 일상을, 부르주아사회의 속물적 이면을, 그 안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소외된 자의 고독한 내면을 서정적이고 애상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검푸른 아드리아 해처럼, 아름다움 속에 죽음이 있고 그 죽음 속에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금테 안경』은 바사니 문학 가운데 가장 탐미적인 작품이다.

나와 당신의 베토벤

- 리처드 용재 오닐이 들려주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영원한 고전 베토벤, 그의 내면으로 향하는 길
 누구나 베토벤을 알고, 많은 이들이 리처드 용재 오닐을 알지만, 그들의 내밀한 곳에 자리한 외로움과 고뇌를 마주한 이는 거의 없다. 이 책은 베토벤과 리처드 용재 오닐의 내면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음악가의 삶 속에 담긴 깊이를 읽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귓병을 앓는 사실을 숨기며 고통스러워했던 베토벤은 요양지에서 유서를 썼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택하는 대신 빈으로 돌아와 다시 작곡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베토벤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자신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세계적인 비올리스트가 되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소년은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음악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동료들이 벌이는 험악한 사건들을 견뎌내야 했다. 용재 오닐은 그 시간이 끝을 알 수 없는 우울과 고독,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노라 고백한다. 늘 자신을 묵묵히 챙기고 기다려준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날의 슬픔이 얼마나 깊었는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동료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에네스 콰르텟 단원들이 어떤 위로가 되었는지…… 이 책이 아니라면 미처 알지 못할 용재 오닐의 ‘무대 아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6600만 년 전, 도시 하나만 한 천체가 우주에서 지구로 쿵 떨어졌다. 그것 때문에 발생한 격변으로 공룡들이 죽었고, 당시 지구에 살던 모든 생물종의 4분의 3도 죽었다. 그런데 그 천체는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랜들의 가설은 이렇다. 그것은 혜성이었는데, 혜성이 원래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은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은하면 속에 담긴 암흑 물질의 원반을 통과하느라 교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주론적 연구와 진화 생물학적 연구를 융합하는 랜들의 연구는 암흑 물질의 구성 물질과 성질만 추정하고 마는 기존 연구에 도전하며, 나아가 과학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확인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랜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의미에서는 암흑 물질이 공룡들을 죽였다고 말해도 될지 모른다.
랜들은 독특하고도 광범위한 관점으로 암흑 물질을 지구의 역사와 연결 짓는다. 대중 문화와 사회 정치적 관점도 끌어들이면서 암흑 물질, 우주, 우리 은하, 소행성들, 혜성들, 지구와 천체의 충돌에 관한 최신 발견들을 - 사실로 확인된 것뿐 아니라 추측 단계인 것도 - 소개한다. 또한 생명의 진화와 멸종에 관한 최신 발견들도 소개한다. 랜들은 지구의 운명이 우주의 조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며,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한 우주 속 우리의 존재가 사실은 아주 취약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

감각 - 놀라운 메커니즘


눈을 감고 외부 세계를 느껴 보자. 귀에서는 온갖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는 주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리고 발바닥을 포함한 몸의 일부가 어딘가에 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고, 시원하거나 덥거나 추운 날씨도 느낄 수 있다. 이제 눈을 떠 본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외부 세계의 정보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이렇듯 우리 몸에는 외부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감각’이다. 즉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입속에서 맛을 느끼며, 온몸의 피부에서는 촉각을 느낀다.
이 책 《감각 ― 놀라운 메커니즘》은 이러한 다섯 가지 감각이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생겨서 뇌에서 인식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모든 감각의 최종 ‘도착지’인 뇌에서는 감각 정보가 어떤 과정으로 도달하는지를 알아본다.

 

글쓰기 동서대전


동서양 글쓰기 천재들에게 배우는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18세기 조선을 강타한 동심의 글쓰기는 무엇이었는가? 신세계를 향해 떠난 미친 선비 서하객의 60만자 일기에는 어떤 욕망과 포부가 담겨 있었는가? 조닌 계급의 애욕과 삶을 대변한 이하라 사이카쿠의 소설은 어떤 시대적 상황 속에서 태어났는가? 풍자의 글쓰기가 유행했던 18세기 영국과 19세기 일본의 제국주의 사회는 어떻게 서로 닮아 있었는가? 서양의 마르코폴로에서 중국의 이탁오와 공안파, 그리고 조선 호모 스크립투스 심노숭에 이르기까지 39인 동서양 글쓰기 천재들에게 배우는 글쓰기의 모든 것.
개성과 자연스러움을 가진 글이야말로 진짜 글이다
 이 책에서 줄기를 이루고 있는 18세기는 지식과 개성이 만개 폭발한 시대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부르주아, 조닌, 중인 계층 등이 사회 중심 세력으로 성장하는 경제구조적 변화가 있었다. 백과사전식 저술을 통해 지식이 대량 생산되었던 당시 상황은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지식이 폭발하는 상황과 매우 닮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글쓰기는 어떠한가? 이것이 저자가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이다. 동심의 글쓰기를 책의 첫머리에 놓은 까닭은 글쓰기에는 무엇보다도 개성과 자유, 그리고 자연스러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갖춘 글이라면 비록 구성, 논리, 문법, 형식, 수사, 형식이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진짜 글이다. 구성, 논리, 문법, 형식, 수사, 형식은 누구라도 고쳐줄 수 있지만 독창적인 것은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서만 나오기에 다른 이들이 고쳐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에 얽매인 나머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소품의 글쓰기를 권유하는 제안도 귀 기울여볼 만하다. 글이란 간결한 묘사와 절제된 표현으로도 자신의 감성과 마음을 훌륭하게 담아낼 수 있다. 20세기 초 노신과 임어당이 중국 현대문학의 발전을 위해 시급하게 복원해야 할 옛 문장의 전통 중 다른 어떤 것보다 소품문을 들고 나온 것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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