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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사신 치바 리뷰
(0617)
이런 사람이 가까이에 있습니까?
。 음반 매장에 비정상적으로 자주 드나든다.
。 이름으로 동네나 시의 이름을 쓰고 있다.
。 대화의 포커스가 미묘하게 빗나간다.
。 맨손으로 사람과 접촉하려 하지 않는다.
。 항상 비를 몰고 다닌다.
그렇다면 그는 사신(死神)일지도 모릅니다.
우선, 계획보다 늦어진 리뷰다. 금요일, 밑줄 긋기랑 나란히 올리려고 했으나 준비를 못했다. 그리고 어제, 컴퓨터에 아예 손도 못 댔다.
커버를 들추자 곧장 모습을 드러낸 사항들을 짚으면서 바로 갸웃갸웃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친구가 “자네 같은데.”라고 한 적이 있었다. 리뷰를 쓸 자세를 갖추며, 문득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난 비를 몰고 다니지는 않아. 소나기를 좋아하긴 해도.”라고 우스개로 대답했더니, “그렇지만. 4개나 해당된다고.”라고 또 엉뚱하게도 심각한 진지 모드로 대꾸하던 에피소드가 있다. 소설에 관련된 일상, 진기하고 기발한 요소, 스릴 만점의 사건들을 안겨다 준다면, 내게 있어서 특별한 코드로 기억될 소설. 당연 [사신 치바]다. 코타로 씨를 알게 된 2004년을 생각하면, 사신 치바가 등장한 시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지만. 그 이유는 피쉬 스토리 리뷰에 언급했으니, 여기는 생략.
글을 읽든, 음악을 듣든, 체계적으로 이론과 개념이 잡히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하나하나 곱씹고 되풀이 듣고 되새기며 나만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음반 매장을 자주 들르는 사신. 그 위에 겹쳐 귀퉁이를 맞추고 펼쳐놓듯 나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과거의 경험을 파노라마 작동시켜 함께 했다.
사신다운 말투와 행동, 그리고 사신답지 않은 관심과 애정. 무엇답다, 답지 않다. 이런 관련은 내가 정의 내릴 문제 선을 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풀이하여 쓰고 싶을 정도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면을 두루 가진, 주인공에게 매력을 담뿍 느꼈기 때문. 어떤 과제를 하는 도중에도, 내내 음악을 틀어놓는 나의 일상과 공통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 그 이전에 읽었던 피쉬 스토리의 구로사와랑 거의 같은 등급일지도. (웃음)
어제, 집에 돌아올 적. 종점에서 내려 집을 향해 가는 중 떠들썩한 편의점 앞을 지나치고 불 꺼진 주유소를 통과. 단지 몇 발짝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갑자기 다른 세상에 홀로 던져진 것처럼 눈앞의 현실과 단절된 감각이 내리눌렀다. 신비한 차원으로의 소용돌이 문을 본 기분이었다. 문득 ‘사신 치바’를 떠올렸다. 내게 사신이 온다면, 이런 통감일까 싶은. 아니지, 소설 속에서 사신과 동행하고 있다는, 자각한다면 까무러칠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했으니까, 나 역시 알아차리지 못하겠지.(어쩌면 마지막 파트의 그 사람처럼 알아차릴지도? 무심코 기대 버전;) 애써 이런 식의 예측만 건드릴 뿐이겠지.
어쨌거나, 기묘한 사신. 그에게 단숨에 빠져든 시간, 이틀. 여러 가지 해결할 작업이 있었기에,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은 지극히 짧았음에도, 엄청난 속독을 했다. 나는 대개 탐독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뒤에 진행될 얘기가 극도로 궁금해서 과감히 버렸다.
앞의 단편에 부수적 인물이, 뒤의 단편에서 중심인물로 등장해서 그 또한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맨 처음 보류된 인물이 마지막 단편에서 미미한 바람을 충족시켜주었기에.
다양한 장르, 종횡무진 질주하는 바이크의 쾌감을 던져주었던 갖가지 단편들. 그 중에서도 내가 좀 더 선호했던 단편을 꼽자면,
*2. 사신의 하드보일드 - 치바와 후지타 형님, 5. 사신의 로드무비 - 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다*를 짠, 즉각 펼칠 수 있다. 반듯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후지타 형님.
[“여긴 말이야 강의 상류, 출발 지점이잖아. 그게 이 폭포야. 여기는 화려하고 사람도 많잖아. 그건 말이야 우리가 태어날 때와 닮지 않았어? 우리도 태어날 때는 이랬겠지? 야단법석에다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다들 축하해주고. 하지만 그게 차츰 지나면 지금 보았던 것처럼 넘실넘실 소박하게 흘러가게 될 뿐이야. 뭔가 닮지 않았어?”
“하류도 나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해.”]
꼭 어느 인생의 단면을 그리는 모습으로만 표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 획을 그을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는 부류가 있으면, 그들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영향을 준 사람들이 분명 있다. 묵묵히 일하고, 소박한 일상을 살지만, 그래도 그들의 위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각의 포지션은 저마다 다르지만, 꼭 그들만이 이뤄낼 수 있는, 그들만이 유지시킬 수 있는 포지션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필요 없는 존재”라는 섣부른 생각을 접고, 이제 나도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런 포지션으로 매순간 집중해서 나의 아이템들을 바탕으로 나만의 장점을 발휘하고 싶다.
깜빡 빠트릴 뻔 했는데, 한편으로 줄곧 내 지인을 괴롭히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던 문제가 소설 속에 녹아 있었다.
[“예를 들면 말이에요, 태양이 하늘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특별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태양은 중요하잖아요. 죽는 것도 똑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특별하지는 않지만 주위 사람들로서는 슬프고 중요한 일이라고.”]
또한, 주위 지인에게서 근래 자주 ‘죽음’에 관한 한 마디씩 새어나온다. 나는 그때마다 발끈해서 막 악악 지르기 일쑤. 그런 단어는 꺼내지도 말라고. 그렇지만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란 걸 안다. 잘 알고 있기에, 아찔해지는 것이다. 매번 꺼트릴 수도, 잠재울 수도 없는 영역. 알아차리고 있고, 피해갈 수 없는 그 선상에 놓여 있지만, 조금 더 시기를 늦추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어느 시기 접어들어, 딱히 산다는 것에 그리 매이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 기간이 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지도 않았고,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저 휩쓸려도, 아무렇지 않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폭발적으로 분출하던 영상이 그려지는데, 이렇다하게 열정을 쏟았던 것은 없었다 싶다. 그 좋아하던 책도 팽개치고(;), 글& 그림도 멀리하고, 그저 음악은 흘리지 않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장르만 고집했다. 이제는 아니다. 무언가 집중할 게 있고, 도전해보고 싶은, 배우고 싶은 카테고리가 수두룩하니까, 더 이상 죽음은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평정인 채로 있을 수 없었다. 멀리멀리 던져버려야 했다. 그 무엇보다 지인들의 죽음이 더 바짝 조여들고, 간당간당 그 입구를 서성이는 극적인 연출까지 하게 된다. 저 대사를 접하는 순간, 아득해졌다. 회오리에 빨려드는 느낌이랄까.
가만, 잔뜩 침울해졌다.
화제를 바꿔서(;) _ 잠깐 음악에 관해 다시 돌아가서-
[재즈든 록이든 클래식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음악은 최고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해진다. 아마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신이라고 해서 재킷에 해골 그림이 그려진 헤비메탈만 듣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흔히 사람들이 가지기 쉬운 편견에 관해 일침을 가한다. 사실, 사람의 인상으로 ‘아, 이 사람은 발라드풍의 음악을 좋아할 것 같아. 그것만 들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하고, 자기 위주의 고정관념을 박아놓는 무리들이 있다. 당연 성급한 판단을 자제하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나는 후자가 더 좋다.;) 나 또한 저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첫 만남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게 저런 대사를 끄집어냈다. 나는 딱히 반론을 펼쳐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넘겼지만. 아직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쨌거나, 쓸데없는 잡소리를 잔뜩 늘어놓았지만, 나도 한편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헤비메탈’만 추구하는 사신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고 솔깃했다는 거다, 결론은. 나조차도 ‘록’, 그 중에서도 ‘헤비메탈’, ‘하드코어’적인 타입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음악을 확연하게 가리지는 않는다. 저마다 그 장르의 영향을 안식으로 얻기 때문이다. 그게 날씨의 원인, 환경의 원인, 나 자신의 심리 원인이 각각 달라 특정 음악을 선택한다. 아마 사신도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무감각하고 어떤 사태에도 감정이 실리지 않은 대처를 하지만, 그런 행동의 이면에 가려진 음악에 쏟는 열정과 습관을 엿볼 수 있어 색다른 체험이라고, 슬쩍슬쩍 미소를 짓는다.
그저께부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아이템 설정 중이고, 그 후 ‘마왕’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마왕은, 친구가 책을 사면서, 미니 북을 준 것이다. 면장 선거보다 약간 큰 사이즈.)
당분간 어설픈 리뷰는 쭉쭉 올라오겠지, 아무래도.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