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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죽이기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주희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2004.06.14,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피터팬 죽이기"는 일단, 젊음의 에너지가 강렬히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넌지시 얘기한다. 동시에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한수영의 "공허의 1/4"에 비해서 글의 짜임새가 뒤떨어지고 구성이 다소 산만한 상태에 그쳐있지만, 패기가 넘치고 신선함과 독특함이 곳곳에 자리잡은 소설이다. 일종의 성장소설이지만, 젊은이의 방황, 고민이 주를 이루고, 꿈을 버려야만 하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어 사뭇 분위기는 다르며, 다른 각도에서는 꽤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개성 강한 이야기와 주인공에 주목했다. 그리고 열광. 제목 "피터팬 죽이기"가 뜻하는 바는, 스스로의 생각이지만, 아마도 현재를 과감히, 그리고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것, 환상에만 머물러서는 위험천만한 세상을 이겨낼 수 없으며, 오로지 뒤쳐질 뿐이며, 꿈만을 고집하다가는 우리의 마음에 내재해 있는 [피터팬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주인공 ‘나(예규)’는 한쪽 눈을 실명한 스물 일곱 살의 대학원생. 시골 태생인 그는 어머니의 소망대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지만 삼류 대학을 나와 되는 일이 없다. 늘 퇴짜만 맞는 만화가 지망생인 친구 영길의 삶도 마찬가지. 주인공은 자신과 영길이 소설가에 의해 움직이는 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제 것으로 구성해 나갈 기운이 없는 청년은 사회로 나가기를 단연코 거부한다. 성장이 멈추고 환상의 세계에만 머무는 ‘피터팬’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소설은 내용처럼 전개 방식도 불안하고 산만하지만 그 서툰 모습이 오히려 새롭고 낯선 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에서 ‘나’는 수시로 자신을 ‘쓰는’ 소설가를 공격한다. “(나를 쓰고 있는) 작가를 삼류 소설가라고 말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받을 상처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내키는 대로 주인공의 삶을 마구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을 조정하는 소설(가)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부디 시점만이라도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었으면 좋겠어.”-주인공 예규의 소설 속에 생각.
“피터팬이 후크 선장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바로 현실”-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