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2004.06.07,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지난 토요일(5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대로 속도가 빨랐던 것 같다.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
문장이 가지런하고 일정한 호흡이 있어 차분하게 읽혀진다. 거듭 수정한 티가 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문단이 바뀔 때, 혹은, 장면 전환에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성실함이 엿보여 정감이 가는 작가다^-^
생의 고통을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는 주인공과 특이한 주변인물을 통해 형상화하여 안정된 구조로 이끌어간다. 아파트단지의 음식쓰레기 수거와 고양이 시체 치우기, 등등의 별의별 잡일을 하는 "남자"와 어머니가 안드로메다에서 와서 그리로 돌아갔을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사슴벌레와 토끼를 소중히 여기는 "소년"과 오직 클래식만을 고집하는 "소장"과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과학학원의 "김 선생".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인 듯하면서도, 깊숙이 들어가면 또 그게 아니란 걸 쉬이 발견할 수 있다.
"룹알할리"의 강렬한 햇빛이 관절염을 낫게 해준다는 말을 전해들은 주인공은 언젠가 그곳으로 갈 수 있으리라 작은 희망을 품으며 고통을 견딘다.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후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는 "토끼 소년"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 우주선을 만들고, 자신이 안드로메다에서 왔다는 것을 단번에 맞춘 "주인공"을 마법사라 여기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녀가 빗자루를 타고 자신을 하늘로 날려보낼 거라 짐작하고, 남자에게 빗자루를 우주선에 달아달라 부탁한다. 전체 뼈대가 되는 줄거리는 이렇다. 그 아래 주인공의 남자에게 향한 묘한 심리 변화와 토끼소년과의 에피소드, 김 선생과의 에피소드, 소장과의 사소한 마찰이 주류를 이룬다.
주인공은 습기를 말릴 수 있는 사막을 이상향으로 보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닿지 못하고 꿈을 꾸는 것으로 소설은 완결을 맞이한다. 그만큼 유토피아는 쉬이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에 있고, 현재는 처절한 몸부림의 연속이다. 더욱 서글픈 것은 막막한 현재를 묵묵히 견뎌내도 순간의 기쁨은 지속될 수 없고, "룹알할리" 사막에 대한 소망이 실은 헛된 꿈이고 도피의 상징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끝은 너무나 애처롭기만 하다.
제목이 상징하는 바는 아마 "룹알할리" 사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