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다
강영숙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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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경험"이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없이 뒤쳐지고 있다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저마다의 슬픔을 내 것인 양 받아들이고 느끼기에 보통 이상으로 힘이 따르고, 다방면으로 풀어헤칠 수 없고, 다른 이에게 내 감정을 고루 느끼게 할 때 버거움이 많다.

그런 연유로 무언가(이를테면, 소설)를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논할 때, 좌충우돌 실수연발이 되고 만다. 꼭, 하나씩은 빠트리고 쓰지 않는(;;) 다시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평은 좀 여유를 두고 쓰려 한다.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소설집은 작가에 관해 잘 몰랐을 때, 친구와 함께 발견했다. 표지의 강렬함에 매료되어 무턱대고 구입한 쪽이었을 게다. 사실, 나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성의가(개인적 판단으로;;)엿보이는 책이라면, 일단 모험 식으로 사고 보는 쪽이라고 할까. 그래서 알게 되어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올려진 분들이 엄청나다.(=_=;;) 덧붙여, "문학동네", "문학과 지성사",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소설집은 믿을 만하다고(눈살 찌푸릴 정도의 엉성함은 없으니까)꾸준히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으리라 본다.

우선,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는 소설집의 전체 주제는 이른바, "현대인의 위태위태한 생"과 가까울 듯했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얼추 비슷하게 접근은 했다고 생각했고, 단순히 어느 정도 소설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 예상했던 것을 뒤엎고, 제법 빠듯함이 느껴지는 것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는 쾌감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론가는 "신인다운 신선한 시선"과 "신인의 그것이라 할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진다고 구구절절 떠들었다(=_=). 이런 추켜세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저 굉장하다는 생각은 했다.

일단, 문체에 관해 따져(?)보자.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 아마도 나는 이런 문체에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끌린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엄청난 속도로 읽혀지는 것이 대부분, 이 부류에 속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극히 문체에 한해서만은.

다소 냉소가 섞인 문체에 잘 맞아떨어지는 소재와 분위기를 지닌 소설이 "트럭"이라고 평론가는 말했다. 대부분의 작가는 각자의 성격이나 성장환경이 다르듯,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이 주는 느낌과 소재, 분위기 등등이 작가의 특별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한 몫을 해야함을 먼저 생각할 때, "트럭"은 대표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강영숙 작가님의 독자적인 소설 세계 구축을 바라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차'하는 순간에 환상 속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언뜻 불안정함이 엿보임에 달리 보면 "도피"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명 "신기한 여행"으로 비쳐지며, 쭉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쪽이 환상이고 어느 쪽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기에 난감해진다. 촘촘한 그물을 보듯 복잡하게 얽힌 길을 망설임 없이, 그러면서 허둥지둥 따라가다 보면, 콤플렉스로 가득한 주인공과 마주치게 되고, 어느새 그들을 보듬고 안타까움을 느끼는 자신을 알아차릴 것이다. 또한, 그들을 통해 바라본 자신의 내면에 바투 다가서고, 철저히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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